"계속 싸우겠다"는 아프간 정부…쏟아지는 책임론

입력 2021-08-14 12:10   수정 2021-08-14 19:07

"계속 싸우겠다"는 아프간 정부…쏟아지는 책임론
부통령 "군 부대·민간 봉기군 최대한 지원"…'정책 실패' 비난도 거세
가니 대통령 입지 좁아져…"탈레반, 가니 있는 한 협상 안 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영토 대부분을 사실상 장악한 가운데 아프간 정부가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아프간 안팎에서는 정부 정책이 완전히 실패했다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14일 아프간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정부 안보 회의에서 이같이 결의를 다졌다고 밝혔다.
살레 부통령은 "정부는 군 부대, 치안 병력, 민간봉기군을 최대한 지원해 탈레반과의 싸움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탈레반 테러리스트에 대해 꿋꿋이 맞서기로 결의했다"고 덧붙였다.
살레 부통령은 이날 또 다른 자리에서 "탈레반은 패배할 것이며 나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프간 국민에 대한 탈레반의 지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살레 부통령의 주장은 수도 카불이 고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히 공허한 주장이라는 비난도 일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 철수 본격화를 계기로 대규모 공세를 벌이기 시작했다. 동부에 자리 잡은 카불과 중부 지역,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사실상 손에 넣었다.
AFP통신, AP통신 등 외신 집계와 탈레반 주장을 종합하면 탈레반은 이날 현재 전체 34개 주도 가운데 17∼18곳 이상을 점령한 것으로 보인다.
AP통신은 탈레반이 전날 라슈카르가(헬만드주 주도), 타린코트(우루즈간주 주도), 칼라트(자불주 주도) 등 남부 지역 도시와 중서부 차그차란(고르주 주도)까지 줄줄이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이 밖에 탈레반이 전날 카불에서 남쪽으로 5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로가르주의 주도 풀-이-알람을 점령했다고 덧붙였고, 탈레반은 여기에 서부 칼라-에 나우(바드기스주 주도)까지 더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살레 부통령과 아프간 정부는 전날 이런 전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일부 의원은 톨로뉴스에 "이런 상황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아흐마드 지아 마소우드 전 아프간 부통령은 "책임이 있는 이들이 책임감을 느끼지 않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을 도입하는 이런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했다.
전 파키스탄 주재 아프간 대사인 오마르 자힐왈도 전날 트위터를 통해 "가니 대통령은 지난 7년 동안 아프간을 개인 영지처럼 통치했다"며 "가니는 평화를 위한 기회 소진과 국력의 빠른 위축의 주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도 최근 "탈레반 리더들을 설득했지만, 그들은 가니가 대통령 자리에 있는 한 평화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실제로 탈레반은 가니가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지 않은 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은 카타르 도하에서 작년 9월 이후 여러 차례 평화협상을 벌였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 상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측근들이 탈레반에 항복하거나 출국했고 군대는 붕괴 직전에 놓이는 등 가니 대통령은 어느 때보다 더 고립된 상황"이라며 "하지만 그는 고집스럽게 권력에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수천명에 달하는 대통령 경호부대도 이제는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됐다"며 그들 중 많은 이들이 이제 탈레반에 의해 장악된 지역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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