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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에서 게임업계를 겨냥한 당국의 서슬퍼런 규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 온라인게임 업체가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최근 중국 일각에서 게임을 '정신적 아편'으로 규정, 비판을 가하는 상황에서 한 게임업체가 중국 위인인 남송 시기 무장 악비(웨페이·岳飛)를 비하하는 듯한 이미지를 노출하면서 당국의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관찰자망 등 중국매체에 따르면 온라인게임 '장난바이징투(江南百景圖)' 제작사 측은 최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한가한 사람'(閑人)이라고 적힌 악비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더 문제가 된 것은 악비가 투구를 손에 들고 웃통을 벗은 채로 있고 그 옆에 양 한 마리가 서 있는 이미지였는데, 이는 웃옷을 벗고 양을 끌고 가는 고대의 항복 의식 육단견양(肉袒牽羊)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악비는 금나라에 맞서 싸운 남송의 무장으로, 특히 한족 사이에서는 이순신 장군 정도의 영웅으로 평가받아왔다.
반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남송의 재상 진회(친후이·秦檜)는 대표적 간신으로 꼽히는데, 이 게임에서는 또 진회를 높은 등급인 '하늘(天)'로 설정해놨다는 것이다.
업체 측은 "악비는 (게임상에서) 12간지 중 양의 속성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이미지를 수정하고 사과문을 발표했다.
관영매체 중국인민라디오방송(CNR·央廣網)은 논평을 통해 "온라인게임 이용자는 청소년들로, 역사를 잘못 각색하거나 희화화할 경우 이들의 역사관·민족관·국가관·문화관을 오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게임업계의 자율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국가 역사에 대해 기본적으로 존중해야 하고,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관련 정부기관의 관리 강화를 주문하면서 "규범에 어긋난 온라인게임에는 무관용으로 대해야 하고, 그 생존 토양(근거)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매체 중국청년보는 평론을 통해 "역사적 인물에 대한 각색에는 명확한 경계가 있어야 한다"면서 재해석은 가능하지만 주류 의식과 공서양속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역사적 평가가 명확한 인물의 이미지를 전복적으로 창조하면 안 된다"면서 "게임 이용자 중 젊은이가 많은데, 게임의 역사관·가치관이 젊은이의 성장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논란은 최근 중국 정부가 게임업계를 비롯한 민영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나왔다.
관영매체 경제참고보는 지난 3일 '정신적 아편이 수천억 위안 가치의 산업으로 성장했다'면서 청소년 게임중독을 지적했고, 또다른 매체 증권시보는 5일 게임업체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국의 규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중국의 대표적 게임업체인 텐센트와 넷이즈 주가는 3일 장중 한때 10%, 15% 폭락하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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