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아이티 뒤흔든 강진…건물 무너지고 거리엔 부상자

입력 2021-08-15 03:03   수정 2021-08-15 15:07

주말 아침 아이티 뒤흔든 강진…건물 무너지고 거리엔 부상자
이웃나라서도 지진 느껴…"신발도 못 신고 뛰쳐나왔다" 긴박했던 상황
"잔해 속 시신" 증언 속출…환자 몰리지만 병원 인력·의료품 부족 호소



(멕시코시티·워싱턴=연합뉴스) 고미혜 류지복 특파원 = 주말인 토요일 아침 대규모 지진이 카리브해의 가난한 국가 아이티를 또다시 흔들었다.
한적한 휴일을 즐길 시간인 14일(현지시간) 오전 8시 29분께 아이티 프티트루드니프에서 남동쪽으로 13.5㎞ 떨어진 곳에서 규모 7.2의 강진이 발생했다.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웃 도미니카공화국과 자메이카에서도 지진이 감지될 정도여서 벌써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최대 3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0년 대지진의 악몽이 아직 가시지 않은 데다 지난달 대통령이 총격으로 암살된 충격까지 여전한 아이티 국민에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아이티 남서부 인구 3만명의 도시 제레미에서 라디오 방송국을 소유한 랄프 시먼은 많은 집과 건물이 무너지거나 파손됐다며 잔해 속에서 2구의 시체를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지진의 충격이 엄청나다"며 "난 아직도 아이들, 아내와 함께 침대에 있다. 집이 파손됐다. 사람들이 울고 있다"고 말했다.
해안도시 레카이에서 시민보호를 담당하는 셀베라 기욤은 "끔찍한 상황이고 사람들이 숨졌다. 잔해 밑에 사람들이 있다"며 잔해를 제거하기 위해 응급요원들을 보냈지만 충분치 않다고 우려했다.
이곳에서 가장 큰 병원의 관리자도 병원이 피해자들로 넘쳐나지만 모두 대처할 수 없다면서 인력과 약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레카이의 도로에 잔해가 널려 있고 먼지가 공기에 가득 차 있는 등 광범위한 파괴가 이뤄진 모습들이 보인다.
한 남성은 자신이 무너지지 않은 건물에 있어 다행이었다면서 많은 건물이 무너졌고 거리에 부상자가 많다고 전했다.
이번 지진은 125km 떨어진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도 진동을 느낀 주민들이 공포에 질려 거리로 뛰쳐나올 정도였다. 34세의 여성 나오미 베르네우스는 가슴이 철렁하는 느낌과 함께 잠에서 깼고, 여전히 침대가 흔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어났지만 신발을 신을 시간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은 달리는 것이었다"며 "나중에 내 두 아이와 엄마가 여전히 안에 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이웃이 안으로 들어가 밖으로 나가라고 말해줬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이번 지진으로 가장 심한 충격을 받은 곳의 주민들이 부실하게 건립된 주택에 살아 지진 충격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아이티에는 오는 17일 오전 열대 폭풍 그레이스가 상륙할 것으로 보여 폭우로 인한 추가 피해 위험까지 겹쳐 있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아이티 국민의 고통이 가중될 것이라는 걱정도 만만찮다.
구호단체 월드비전에서 일하는 장-위킨스 메론은 "우리는 이번 지진이 이미 아이티가 직면한 위기에 하나를 더하는 것일 뿐임을 우려한다"며 대통령 암살 후 정치적 교착상태, 전염병 대유행, 식량 불안 등을 언급했다.
2010년 대지진 후 선교 활동을 시작한 가톨릭 신부인 프레디 엘리는 범죄조직 탓에 지진 지역으로 접근이 방해받고 있다면서 "도움을 바라는 이들에게 길을 열어줄 때가 됐다. 그들은 우리 모두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호소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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