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은 더 버틸줄 알았는데…아프간 정부 전격 항복에 탈출 러시

입력 2021-08-15 22:39   수정 2021-08-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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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은 더 버틸줄 알았는데…아프간 정부 전격 항복에 탈출 러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정부가 탈레반의 전격전에 속절없이 무너지자 아프간 현지에 남아있던 외국인들의 탈출과 각국 정부의 자국민 철수 지원 작업이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15일 로이터,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아프간 정부가 정권 이양을 전격 선언하면서 미국,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자국민과 자국 통역관·정보원 등으로 활동한 현지인들의 철수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미국 정부는 9월 11일까지 철군 완료를 하겠다고 밝혔고, 이후 친미 성향의 아프간 정권이 무너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농촌지역부터 포위망을 좁혀오던 탈레반은 돌연 지난 6일 님루즈 주(州)의 주도(州都)인 자란즈를 점령했고, 이후 각 지역 주도를 속속 장악하더니 수도 카불까지 진입하면서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앞서 미국 대사관은 7일 공지문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아프간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미 대사관은 안보 상황과 축소된 인력 규모로 미뤄 대사관이 아프간에 남은 미국인을 지원하는 역량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상업용 비행기를 이용해 떠나라고 했고, 전날 영국 정부 역시 같은 공지를 했다.
아프간 정정 불안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아프간 노선을 운항하는 노선도 많지 않아 우려를 더하고 있다.
탈레반의 주요 도시 장악 소식이 전해진 뒤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탈출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아리아나 아프간 항공, 캄 에어 등 현지 항공사의 국제선 항공편은 이미 매진 상태다.



미국 정부는 대사관 직원 등 자국민과 그동안 미국과 함께 일한 현지인들 대피를 돕기 위해 1천명을 추가해 총 5천명의 미군을 공항 등에 배치하기로 하고, 해병대 등을 아프간으로 급파했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그동안 미군과 미국 단체들을 위해 통역으로 일했던 약 2만 명의 아프간인이 탈레반의 보복을 두려워해 망명을 신청했다. 지원자 2만 명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고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 정부는 망명 지원자와 가족의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일각에서는 10만명 정도로 추산한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미정부는 이들 가운데 조사가 끝나지 않은 이들은 제3국으로 보내서 비자 절차를 마치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정보위 소속 의원들은 대통령에게 미 정보기관을 지원한 아프간인들도 반드시 같이 철수시켜야 한다고 촉구했었다.
영국 정부도 아프간 주재 자국 대사를 오는 16일 저녁 전까지 아프간에서 탈출시키고, 남은 자국민 등 철수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영국은 대사관 직원을 포함한 영국 정부 직원 500명, 통역사 등 1천800∼2천명, 구호단체 종사자 등 3천명, 모두 5천500명을 철수시킬 준비를 시작했다.



그동안에는 민간인의 경우 상업용 항공기를 이용한 대피가 주를 이뤘지만, 상황이 급박해진 만큼 각국이 항공기를 급파할 전망이다.
아프간 노선을 운항하는 민항기 좌석이 한정적이고, 수도 카불 자체가 '공황' 상태에 빠져 외국인의 신변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이날 평화로운 정권 이양을 약속하며 공항은 정상 운영할 것이고, 카불 내 외국인은 원할 경우 떠나거나 새 탈레반 정부에 등록해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현재 아프간에 남아있는 대사관 인력과 코이카 직원 등 철수를 위해 유관국과 협조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 2011년 2월 리비아 사태 당시 사례를 보면, 각국 정부는 전세기는 물론 군용기와 군함, 버스 등을 투입해 자국민을 탈출시키는 육·해·공 철수작전을 벌였다.
아프간에도 항공기 투입이 부족할 경우 버스 등을 이용해 자국민을 육로로 이웃 국가로 철수시키는 방안이 있으나, 육로 이동 중 다양한 위험이 예상된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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