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방글라데시의 외딴섬으로 이주한 미얀마 로힝야족 난민 20여명이 탈출을 시도하며 보트에 탔다가 실종됐다.
16일 AP, AFP통신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글라데시 바샨차르섬에 수용돼 있던 여성과 어린이 등 로힝야족을 태운 보트가 부근 해상에서 침몰해 최소 27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유엔난민기구는 "14일 새벽 20여명의 로힝야족을 태운 보트가 바샨차르섬 인근에서 전복됐다"며 "여성과 아이를 포함한 승선자들이 비극적으로 익사했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정확한 인원수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현지 경찰은 "로힝야족 난민 40여명을 태운 보트가 악천후로 침몰했고, 14명이 어부들에게 구조돼 섬으로 돌아왔다"며 "나머지 실종자를 찾기 위해 수색 중"이라고 전했다.
해군, 해경이 현장으로 달려와 수색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 생존자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내 아이들이 물에 떠내려갔다. 알라여, 왜 이렇게 로힝야족에게 시련을 주십니까"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방글라데시는 2017년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약 75만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
이들은 당시 미얀마군의 소탕 작전 등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 기존 로힝야 난민이 주로 살던 콕스바자르에 정착했다.
이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 정부가 여러 차례 송환을 시도했지만, 로힝야족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서 송환 작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콕스바자르 난민캠프에 100만명 가까이 몰려 포화상태에 이르자 약 2만명을 바샨차르섬으로 이주시켰다.
바샨차르섬은 방글라데시 남쪽 메그나강 하구 외딴곳에 자리 잡고 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곳에 약 10만명의 로힝야족 난민을 옮기기로 하고, 작년 12월부터 배에 태워 보내고 있다.
바샨차르섬에는 수도·전기 시설을 갖춘 주택과 모스크, 농경지, 병원, 경찰서, 학습센터 등이 설치됐다.
하지만, 바샨차르섬으로 이주한 난민들은 해당 섬의 지대가 낮아 사이클론과 홍수에 취약하고 생계 수단이 마땅치 않다며 잇따라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보트 사고의 또 다른 생존자 사나 울라는 "방글라데시 정부는 이 섬에 오면 모든 기회가 제공된다고 했는데, 와보니 아무런 수입을 얻을 수 없고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다"며 "우리는 감옥 같은 곳에 갇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 자녀 4명과 조카 5명이 모두 탈출하려다 숨졌다"며 "여기엔 아무것도 없다. 바샨차르섬에 살고 싶지 않다고 유엔난민기구에 요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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