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기술·이념 대결에 밀려"…"무역합의 서서히 소멸될 수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 재계가 중국과의 무역 협상 재개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 관세를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중은 무역협상을 재개할 정치적 동기가 부족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SCMP는 "미국과 중국이 안보, 최첨단 기술, 이념을 둘러싸고 갈등하면서 무역은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며 "무엇보다 무역협상을 밀어붙일 정치적 동기가 부족하고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망을 잃은 것이 진짜 문제"라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지적했다.
신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중국은 무역합의에 따른 수입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무역합의의 핵심 부분인 양국 간 정기적 대화 역시 코로나19와 미국 대선, 그에 따른 권력 이양 등으로 이행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5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내 경제단체 30여곳이 조 바이든 행정부에 중국과의 무역 협상을 재개하고 수입품 관세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 상공회의소와 소매협회(NRF), 농업인연맹(AFBF) 등 단체들은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관세가 미 경제에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이들은 중국이 금융시장 개방과 농산물 규제장벽 완화 등 1단계 미중 무역합의의 핵심적인 약속을 이행했다면서 중국 상품 전반에 대한 관세 인하 절차에 들어갈 것을 촉구했다.
그에 앞서 지난 4월에는 공화당 내 대표적인 매파인 마르코 루비오를 비롯해 린지 그레이엄 등 상원의원들이 미 무역대표부에 비슷한 요구를 하는 서한을 보냈다.
5월에는 지난해부터 중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종료와 환급 요구 소송을 제기한 미국 기업이 3천700여개에 이른다는 미국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중 양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1월 2년 동안 이어진 무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1단계 무역합의를 체결했으며, 이에 따라 중국은 2020∼2021년에 미국 제품 구매를 최소 2천억 달러 늘리기로 했다.
미국은 무역합의 이후에도 연간 2천50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
SCMP는 "중국은 무역합의를 이행하겠다고 밝히지만, 전문가들은 수입 목표량이 너무 높게 설정됐으며 미중 모두 중국이 이를 완전히 이행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합의를 포함해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과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며 "한 미국 재계 소식통은 1단계 무역합의가 서서히 소멸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중국 리서치회사 플레넘의 보정위앤은 "미국 재계의 요구가 커지고 있어 무역 이슈가 곧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미중은 무역과 경제에 대한 고위급 회담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정치적 환경이 개선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미중 어느 쪽도 수입량 규모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합의 이행 평가를 위해 트럼프와는 다른 기준은 적용할 수 있고, 양국이 관세의 부분적 인하에 동의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미국 전문가 루샹(陸翔)은 중국이 무역합의 이행을 계속하겠지만 징벌적 관세 철폐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양측은 무역합의에 대해서든, 더 넓은 범위의 무역과 경제 이슈에 대해서든 공식적이고 실질적인 협상을 재개해야한다"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내년 중간선거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지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대화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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