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떠난 '진공' 메울 뜻 없어…미국은 무력한 종이호랑이"
아프간에 '일대일로' 사업 추진 구상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미군 철수 이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정부를 무너뜨린 가운데 중국은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향후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와 전문가들은 중국이 '아프간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며 아프간에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환구시보는 16일 사설에서 "우리는 절대로 서방 여론이 중국에 쳐놓은 함정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은 미국이 아프간을 떠난 뒤 남긴 '진공'을 메울 뜻이 없다"고 말했다.
신문은 타국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것은 시종일관 중국 외교정책의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군대를 파견할 수도 있다는 서방 일부 언론의 전망을 일축한 것이다.
신문은 "중국은 아프간의 조속한 평화 정착과 재건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이웃 아프간에서 이슬람 세력인 탈레반이 신장(新疆) 위구르자치구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의 중국 내 테러활동을 지원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아프간과 맞닿은 신장은 아프간과 마찬가지로 이슬람 신자가 다수이며 분리독립 움직임까지 있는 곳이다.
전날 로이터통신은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중국이 난처한 현실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환구시보는 "중국은 당연히 신장의 안정이라는 관점에서 아프간 정세를 주시할 것"이라면서도 서방 언론이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문은 "중국과 아프간 사이에는 매우 좁은 와칸 회랑만 있는데 중국 군대가 이곳을 겹겹이 지키고 있어 새 한 마리가 넘어오기도 힘들다"고 자신했다.
앞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말 톈진(天津)에서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만나 "탈레반이 ETIM 등 모든 테러단체와 철저히 선을 긋고 이들에 단호히 타격을 가해 지역의 안전과 발전 협력에 장애물을 없애고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을 바란다"고 당부한 바 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벌인 대테러 전쟁이 실패로 끝났으며 아프간 사태의 도전은 미국과 서방이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미국이 20년간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지만, 외부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탈레반을 쓰러뜨리지 못했다면서 "이 실패는 베트남전쟁 때보다 더 미국의 무력함을 뚜렷이 보여준다. 미국은 실로 '종이호랑이' 같다"며 미국을 몰아세웠다. 또 "미국의 아프간 실패는 1980년대 소련이 아프간에서 실패한 것보다 더 망신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판광 상하이사회과학원 대테러·아프간 연구 전문가는 중국이 아프간 사태의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등 다른 나라들과 함께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등 대테러 협력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아프간의 전후 재건에 참여하고 향후 발전을 위한 투자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간을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새로운 거점으로 구축한다는 복안도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아프간이 안정되면 중국은 이곳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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