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스테로이드 맞은 사이공"…바이든 정부 '오판' 인정

입력 2021-08-16 17:28   수정 2021-08-1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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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스테로이드 맞은 사이공"…바이든 정부 '오판' 인정
블링컨 "우리 예상보다 빨랐다"…백악관, 바이든 연설 검토중
NYT "'대피 늦으면 위험' 국방부 경고 있었다…워싱턴 소통 단절"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스테로이드를 맞은 사이공(Saigon on Steroids)."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현지시간) 미군 철수 이후 삽시간에 탈레반에 함락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아프간 철군 이후 카불 민정이 무너지기까지 수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던 조 바이든 행정부는 8월 말로 예정된 미군 완전 철수를 2주나 남겨두고 카불이 허무하게 함락되자 오판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CNN과 한 인터뷰에서 "아프간 정부군이 국가를 방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서도 "그것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일어났다"고 말했다.
아직 최종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상황에 대해 연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은 행정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언급을 내놓는 방안과 휴가 기간을 줄여 백악관에 복귀하는 방안 모두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가 바이든 정부에 어느 정도로 타격을 줄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지만, 1975년 남베트남 패망 직전 4월 베트남에서 펼쳐진 치욕적인 탈출 이상으로 비견될 만큼 충격은 상당하다.
철군 후 아프간 상황에 대한 낙관론을 이어 갔던 미 행정부가 이번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은 워싱턴의 소통 '단절'을 보여준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지적했다.
최근 몇 주간 미 국방부와 미군 관리들이 백악관과 국무부에 아프간 내 미국인 대피를 늦추면 늦출수록 철수 작전이 더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로서는 너무 이른 대피가 국내외에 '포기'라는 인상을 주고 아프간 정부에는 심리적 타격을 줘 붕괴를 가속할 위험이 있었고 실제로 신속한 철수가 이뤄지지 않아 미 외교당국과 아프간 현장의 현실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드러냈다고 NYT는 지적했다.



결국 미 정부는 탈레반이 이끄는 아프간 정부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아프간 내 모든 영향력을 탈레반에 넘겨야 하는지 한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과 블링컨 장관이 전면적 지지를 확인한 지 몇 시간 만에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아무런 정권 이양 계획을 남겨두지 않은 채 나라를 떠나면서 탈레반이 권력 이양 협상에 나설 동기도 거의 사라지게 됐다고 미 행정부 관리 두 명이 NYT에 말했다.
바이든 정부로서는 9·11 테러의 주범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겼고 억압적이고 잔인한 통치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던 탈레반이 가능한 한 평화적으로 집권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cheror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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