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궁 점령한 탈레반·여성사진 지운 카불…격세지감 아프간

입력 2021-08-17 05:00   수정 2021-08-17 12:17

대통령궁 점령한 탈레반·여성사진 지운 카불…격세지감 아프간
美매체, 혼란의 아프간 5개 장면 소개…국제공항 필사의 탈출 행렬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비행기에 매달린 탈출 행렬, 대통령궁 책상에 앉은 탈레반, 회의실에 홀로 있는 조 바이든'.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16일(현지시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 인수를 선언한 이후 달라진 풍경을 5가지 상징적 장면으로 소개했다.
탈레반은 20년 된 최장기 해외전쟁을 끝내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언과 이후 미군 철수 작업에 맞춰 대대적 진격에 나서 15일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냈다.

더힐은 아프간의 혼란스러운 모습 중 아프간인의 탈출 행렬을 첫 번째로 꼽았다.
탈레반이 정권 재장악을 선언하자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는 외국으로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끝도 없이 몰려들었고, 결국 항공기 운항이 중단되며 공항이 마비된 상태다.
이들은 비행기를 태워달라며 활주로로 나오고 미 공군 C-17 수송기를 따라가는가 하면, 비행기에 타려고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비행기 바퀴 근처에 숨어 탑승했다가 2명이 추락사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있었다.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이 15일 항복을 선언하고 해외로 도피한 날 아프간 지도자들이 대통령궁을 점령한 사진도 격세지감을 보여준다.
현재 카불 곳곳에 탈레반의 흰색 깃발이 걸려 있는 가운데 탈레반 지도자들이 대통령궁의 대통령 책상에 앉아 있는 사진이 외부에 공개됐다.

카불의 한 가게 앞 벽에 붙어 있던 여성의 사진을 흰 페인트로 지우는 작업자를 찍은 사진도 달라진 아프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탈레반이 집권할 경우 여성과 소녀의 권리가 큰 침해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탈레반은 과거 집권기에 소녀의 교육과 여성의 취업을 금지할 정도로 여성 인권탄압으로 악명이 높았다.
CNN방송은 이날 카불 거리에 여성이 거의 보이지 않았고, 외출한 여성도 일주일 전보다 훨씬 더 보수적으로 옷을 입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더힐은 아프간군이 남겨둔 무기와 장비를 탈레반이 탈취한 장면도 꼽았다. 이 무기는 미군 철수 완료 후 아프간군이 사용하도록 미군이 공급한 것들이다.
미군이 남겨둔 차량과 무기, 탄약을 탈레반이 확보한 사진이나 미 주력 헬기인 블랙호크 옆에서 탈레반기를 들고 있는 사진이 나돌기도 했다.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던 15일 반소매 옷 차림의 바이든 대통령이 텅 빈 회의실에 홀로 앉아 턱을 괸 채 안보외교 참모들과 화상으로 아프간 대응책을 논의하는 사진도 인상적이다.
이 사진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찍은 것인데,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이날 백악관으로 돌아와 대국민 연설을 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철저한 준비 없이 철군을 결정해 탈레반의 점령은 물론 아프간 체류 미국인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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