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팀 "도시화 진행되면서 도시 포유류 몸집이 시골보다 더 커져"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도시에 사는 쥐 등 포유동물의 몸집이 자연 속이나 시골에 사는 같은 종보다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기온이 높은 곳보다 낮은 지역에 사는 동물의 몸집이 일반적으로 더 크다는 기존 생물학 이론과 정반대되는 결과다.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매기 핸택 박사팀은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Communications Biology)에서 북미 지역에서 채집된 포유동물들의 몸집 크기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며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도시화가 이들 지역의 포유동물 몸집을 점점 더 작게 만들 것이라는 기존 가설과는 배치된다. 따뜻한 기후에 사는 동물은 추운 곳에 사는 같은 종보다 몸집이 작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베르그만의 규칙'(Bergmann's Rule)이라는 생물학 고전 원리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도시에서는 건물과 도로 등이 녹색 환경보다 열을 더 많이 흡수했다가 방출해 기온이 높아지는 '도시 열섬'(urban heat island) 현상이 발생, 이곳의 동물들은 점차 몸집이 작아질 것으로 예상해 왔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기후변화와 인구밀도, 도시화 등이 포유동물 신체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북미 지역에서 80여 년간 수집된 포유류 100여 종의 표본 14만499개의 몸길이와 체중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도시화와 기온변화 모두 도시 포유류의 신체 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시 포유류는 시골에 사는 포유류보다 몸길이가 더 길어지고 체중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핸택 박사는 "이론적으로 도시 동물들은 도시열섬 효과 때문에 몸집이 작아져야 하는데 그런 현상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이 결과는 왜 베르그만 규칙이나 기후만을 동물 몸집 크기 결정 요인으로 가정할 수 없는지에 대한 좋은 논거"라고 말했다.
공동연구자인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로버트 구랄닉 큐레이터는 "놀랍게도 도시의 포유류들은 기온에 상관없이 몸집이 커졌다"며 "이는 도시화가 포유류 신체 크기 결정 요인으로서 기후와 필적하거나 오히려 능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화는 동물들에 위협은 물론 새로운 기회도 제공했다며 풍부한 먹이, 물, 숨을 곳, 상대적으로 적은 포식자 등이 시골 동물들과 비교해 성공적으로 살아남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10여년 전부터 온난화로 동물 몸집이 작아지고 그 영향이 생태계에 미칠 수 있음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동물 몸집이 작아질수록 새끼도 더 작아지거나 적어지고, 이 순환이 계속되면 먹이가 줄면서 육식동물이 먹이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특정 종의 경우 행동과 습관 등에 따라 기후와 도시화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동면하거나 일시적으로 신진대사를 늦추고 체온을 떨어뜨리는 동물들은 기온이 높아지면서 몸집 크기가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많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핸택 박사는 "생물학적으로는 덩치가 클수록 유리한 경우가 많지만, 도시 포유류가 먹이를 인간 음식물 쓰레기에 의존할 경우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직 알 수 없다"며 "몸집 크기가 변하면 생활 방식 전체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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