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외교위기에 별장 머문 바이든…"수십년간 못본 실패"

입력 2021-08-18 01:51   수정 2021-08-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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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외교위기에 별장 머문 바이든…"수십년간 못본 실패"
아프간 사태에 부랴부랴 백악관 복귀해 연설…다시 별장행에 뒷말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금요일이었던 지난 13일(현지시간) 오후 1시30분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용 헬기 마린원이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로 향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급속도로 세력을 확장하던 심상찮은 시점에 바이든 대통령은 야구모자를 쓰고 여름 휴가를 떠난 것이다.
약 72시간이 지나 바이든 대통령은 마린원을 타고 백악관으로 돌아와야 했다. 며칠 새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떨어지고 미국의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여론이 치솟자 부랴부랴 대국민 연설에 나선 것이다.
취임 이래 최악의 외교위기가 벌어지는 내내 별장에 머문 셈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탈레반의 공세 속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 측근은 17일 워싱턴포스트(WP)에 "아프간이 얼마나 빨리 붕괴할지 알았더라면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로 떠나도록 절대로 놔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휴가라고 별장에서 쉬기만 한 것은 아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의 회의장에서 국가안보팀과 화상으로 보고를 받고 대책을 논의하는 사진을 잇달아 공개했다.
그러나 급속히 악화하는 아프간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 고위당국자는 WP에 "대통령이 캠프 데이비드에 혼자 앉은 사진은 딱히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바이든 행정부의 오판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청문회 발언으로도 극명히 드러난다.
WP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지난 6월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의 철수로 인한 즉각적 상황 악화를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상황 악화가 있더라도) 금요일부터 월요일 사이에 일어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탈레반이 행여 카불을 장악한다고 해도 며칠 만에 일어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 박은 셈이다. 공교롭게도 주말 새 카불이 탈레반 수중에 넘어갔고 WP는 거의 정확하게 블링컨 장관이 말한대로 됐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 더 빨리 벌어졌다"며 오판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비판은 사방에서 날아들고 있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이안 브레머 대표는 WP에 관련분야에서 활동하며 수십 년간 본 어떤 것보다 규모가 큰 외교정책 사안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첩보와 조율, 계획, 소통 등 4가지 분야에서 실패했다면서 "아프간군의 능력을 과대평가했고 동맹과 출구전략 조율에 실패했으며 아프간 정부의 급속 붕괴에 대비한 비상사태 계획이 없었던 것 같고 미국 국민과 효과적으로 소통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매우 잘못된 대응에 깊이 놀라고 실망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때는 예상해볼 수 있지만 바이든 때는 예상할 수 없었던 일방주의"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연설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캠프 데이비드로 복귀한 걸 두고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보수논객 카민 사비아는 "세계가 난리가 났는데 바이든은 휴가로 복귀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국가정보국장 대행을 지낸 리처드 그리넬은 "독백을 캠프 데이비드에서 하지 그랬느냐"며 비꼬았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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