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 7.5조 순매도…"코로나19 진정·통화정책 불확실성 해소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박원희 이미령 기자 =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6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은 총 7조4천619억원이다.
외국인의 거센 매도 공세에 코스피는 지난 5일부터 17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8거래일 하락은 2018년 9월 28일∼10월 11일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처음이다.
그러면서 3,200대에서 안착하는듯했던 지수는 3,100대로 밀려났다.
만약 이날도 지수가 하락하면 2000년 9월 4∼19일 이후 21년 1개월 만에 최장 하락을 기록한다.
다만 이날 장 초반 코스피는 외국인의 2천억원대 매도 우위에도 기관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 전환하며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 위축, 반도체 업황 우려 등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외국인이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순매도한 금액은 각각 6조360억원, 1조9천553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순매도 금액보다 많다.
한국 증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재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 추가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매도의 주요 배경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안과 테이퍼링 경계감이라고 판단한다"며 "테이퍼링 이슈가 본격화할 때까지는 외국인 매도 지속 가능성이 있으며 그 이후에는 순매수 전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도 악재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1.9원 오른 1,178.2원으로 출발한 직후 1,179.7원까지 올랐다가 이후 1,177∼1,178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원화 약세를 촉발하고, 원화 약세가 다시 외국인 수급에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증시에 하락 압력을 가하는 모습이다.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려면 일단 전반적인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개선돼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서정훈 삼성증권[016360] 수석연구위원은 "코로나19 재확산 진정과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해소할 이벤트가 필요하다"며 "경기가 다시 둔화할 가능성이 커졌는데 연준이 긴축 스케줄을 강행하는지 또는 강행하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불확실성이 덜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대량 매도 공세는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003530] 연구원은 "이번 주 들어 외국인 매도세는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17일에도 외국인은 팔았지만 금액이 4천200억원대로 줄었고 패시브로 추정되는 프로그램 비차익은 순매수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최재원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 공세로 국내 증시의 수급 환경 악화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이지만, 연초 이후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여타 업종에 대한 외국인의 순매도 강도는 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 반도체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급 환경이 우호적이면서 꾸준히 실적 전망이 상향 조정되는 기업을 중심으로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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