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핑크빛 약속'에 "본 모습 곧 나올 것"

입력 2021-08-18 11:52   수정 2021-08-18 16:35

탈레반 '핑크빛 약속'에 "본 모습 곧 나올 것"
탈레반, 인권 존중·포용 정부 구성한다지만…회의론 비등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잡은 탈레반이 인권을 존중하고,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등 '핑크빛 약속'을 내놓았지만, 회의론이 비등하다.



18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재집권 후 계속해서 과거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과 달라질 것이라고 약속했다.
과거에는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를 박탈하고, 음악과 TV까지 금지하며 억압했지만, 이제는 "여성들이 히잡을 쓰면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며 손을 내밀었다.
탈레반 지도부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강조하며 "탈레반은 고립된 채 살고 싶지 않고, 평화적인 국제관계를 원한다", "병사들에게 민간인을 겁주지 말라고 했다"고 온건한 메시지를 계속 내놓았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프간이 더는 전쟁터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복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 집권기 대비) 긍정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심지어 탈레반이 저지른 그간의 테러를 언급하며 "아프간 국민이 당신을 용서할 것 같으냐"는 용감한 질문에 "민간인 사망은 불행한 일이지만, 전쟁은 그런 것이다. 우리 가족도 고통받았다"고 참을성 있게 답했다.
탈레반은 대대적인 사면령을 발표했고, 여성 인권 존중을 약속하며 여성 공무원들도 계속 출근하라고 했다.
탈레반 간부가 톨로뉴스의 여성앵커와 인터뷰하는 모습을 방송하는 등 '20년 전과 달라진 모습'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의 잔혹한 통치 기간을 경험한 시민들은 '본 모습이 곧 나올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부역자' 꼬리표를 두려워한 상당수 카불 시민들은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고, 여성들은 탈레반 병사들에게 어떤 해코지를 당할지 몰라 집 안으로 숨었다.
아프간 국영 TV의 유명 앵커인 카디자 아민은 자신과 여성 직원들의 무기한 정직 소식을 전하며 "탈레반은 탈레반으로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무장한 탈레반 조직원이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로 신체를 안 가렸단 이유로 식료품을 사러 나온 여성을 위협해 다시 집으로 들여보내는 모습이 포착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프랑스24 방송은 "탈레반이 집마다 찾아다니며 조직원들과 결혼시킬 12~45세 여성 명단을 작성하고 있다는 보고가 여러 건 있다"라고 보도해, '강제 결혼'에 대한 여성들의 공포를 키웠다.
쿤드즈에서는 탈레반 병사들이 출근하지 않은 공무원들을 찾으러 집마다 돌아다니는 등 강압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잇따랐다.
자살테러와 같은 극단적인 행동을 주저하지 않던 탈레반이 온건한 방식의 '정상 국가'를 만들 수 있을지,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조직과 거리를 유지할지에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이 많은 상황이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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