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남반구서 발생…MRO 등 위성 3대 동시 관측 입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붉은 행성' 화성은 표면에서는 물 한 방울 찾을 수 없는 춥고 황량한 곳이지만 수십억 년 전에는 지구처럼 대양과 호수, 강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 많던 물이 대기를 통해 우주 밖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되는데,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작은 먼지폭풍도 이런 물 증발에 단단히 한몫한 것으로 입증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더드 우주비행센터에 따르면 볼더 콜로라도대학교 대기우주물리학실험실의 마이클 채핀 연구원이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화성 궤도를 도는 3개 위성이 동시에 수집한 관측 자료를 토대로 국지적으로 부는 작은 먼지폭풍이 물 증발에 기여했음을 증명하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
화성의 먼지폭풍은 차가운 대기 상층부를 가열해 수증기가 동결되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한다. 이곳에서는 물 분자(H₂O)가 자외선 복사에 그대로 노출돼 수소(H)와 산소(O) 원자로 분리되고,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가 먼저 우주로 빠져나가면서 물을 잃고 만다.
과학자들은 화성 시간으로 3~4년마다 행성 전체에 휘몰아치는 대형 먼지폭풍이 화성이 태양에 더 가까워지는 남반구의 여름과 어우러져 이런 과정을 통해 화성의 물을 증발시켜온 것으로 추정해 왔다.
하지만 남반구에서 거의 매년 여름 발생하는 국지적인 작은 먼지폭풍도 이런 역할을 하는지는 짐작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위성 자료를 통해 남반구에서 여름에 규모가 작은 국지적 먼지폭풍이 발생하면 그렇지 않을 때와 비교해 물 손실량이 두 배에 달하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NASA의 '화성정찰궤도선'(MRO)과 대기 탐사선 '메이븐'(MAVEN), 유럽우주국(ESA)의 '가스추적궤도선'(TGO) 등 3대의 위성이 2019년 1~2월 남반구의 국지적 먼지폭풍을 동시에 관측한 자료를 활용했다.

MRO는 화성 표면에서 100㎞ 상공까지 온도 변화와 함께 먼지 및 물로 만들어진 얼음 농도를 측정하고, TGO는 같은 고도의 수증기와 얼음 농도를 계측했다. 메이븐은 1천㎞ 상공까지 물 분자에서 분리된 것으로 추정되는 수소의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TGO의 분광계는 먼지폭풍이 시작되기 전 저고도 대기에서만 수증기를 포착했는데 국지적 먼지폭풍이 시작된 뒤에는 대기가 가열되면서 더 높은 고도에서도 수증기를 확인했다.
TGO 관측 장비는 먼지폭풍 시작되고 중간 고도 대기에서 이전보다 10배나 많은 양의 물을 포착했는데 이는 MRO의 적외선 복사계로 측정한 온도 자료와도 정확히 일치했다. 이 복사계는 먼지가 높이 날아오르면서 온도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음 구름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메이븐의 자외선 분광 이미지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메이븐 이미지에서 먼지폭풍이 불기 전에는 타르시스(Tharsis) 지역 상공에 얼음 구름이 형성돼 있었으나 먼지폭풍 중에 완전히 사라졌다가 폭풍이 끝난 뒤 다시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븐 관측 자료에서는 또 더 높은 고도에서 물 분자가 수소와 산소 원자로 분해되면서 수소가 50%나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채핀 연구원은 "수소 원자 하나가 없으면 남은 수소와 산소로는 물 분자가 될 수 없어 수소 원자 하나만으로도 물을 영원히 잃을 수 있다"면서 3대의 위성이 같은 사건에 초점을 맞춰 자료를 수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체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잡아냈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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