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폐로 직행, 전염 효율성 높아…접촉 감염 시 코안 증식 거쳐
미국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염 경로는 크게 봐서 공기와 무생물 표면 두 가지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초기만 해도 감염증을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심지어 이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염되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그 후 많은 연구 결과가 보고됐고 신종 코로나에 대한 이해의 깊이도 달라졌다.
지금은 보건 당국이든 연구 기관이든, 표면 접촉 전염보다 공기 전염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본다.
공기 전염은 공중에 떠다니는 비말(미세 침방울)에 섞여 바이러스가 퍼지는 걸 말한다.
이런 바이러스 비말은 감염자가 기침, 재채기, 대화 등을 할 때 입과 코를 통해 배출된다.
이번 팬데믹이 기약 없이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그런데 무심하게 넘긴 중요한 문제가 하나 있다.
공기 감염과 접촉 감염 중 어느 쪽이 더 심각한 증세로 이어지느냐 하는 것이다.
미국 국립 보건원(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NIAID) 과학자들이 이 궁금증을 확실히 풀어 주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예상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무생물의 표면 접촉보다 공기 중 비밀을 통해 훨씬 잘 전염됐다. 대체로 그러리라 짐작했지만 이번에 실험을 통해 분명히 확인됐다.
게다가 공기를 통해 전염되면 위중한 증세로 진행될 위험도 확연히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NIAID의 빈센트 먼스터(Vincent Munster) 박사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7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먼스터 박사는 NIAID 바이러스학 랩(Laboratory of Virology)의 바이러스 생태학 섹션 책임자다.
연구팀은 몬태나주 로키 마운틴 연구소에서 시리아 햄스터를 모델로 실험했다.
주목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노출 경로와 위중 증세의 연관성을 밝히는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 비말의 크기를 조절하는 장비와 신종 코로나에 오염된 접시를 이용해 햄스터가 바이러스에 노출되게 했다.
비말을 통해 침입한 신종 코로나는 곧바로 폐의 깊숙한 부위에 도달했다.
이와 달리 접시의 표면 접촉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코안에서 초기 복제 단계를 거쳤다.
비말이든 접촉이든 본격적인 바이러스 복제는 모두 폐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폐의 손상 정도는 접촉보다 비말 감염에서 훨씬 더 심했다.
또 비말 감염은 접촉 감염보다 확실히 더 효율적으로 이뤄졌다.
이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바이러스 비말이 신종 코로나의 핵심 감염 경로라는 걸 시사한다.
전파 효율성이 비말보다 확연히 떨어지긴 했지만, 신종 코로나는 표면 접촉을 통해서도 감염됐다.
비말 감염에선 특히 공기의 흐름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감염 개체(햄스터)로부터 비 감염 개체 쪽으로 향하던 공기 흐름을 반대쪽으로 돌리면 바이러스의 전염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번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신종 코로나의 실내 공기 전염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현행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가이드라인은 적절한 것 같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예컨대 마스크 착용, 실내 공기 정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이 모두 비말 감염 차단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병원 등 임상 환경의 정기적인 표면 소독과 일반인의 잦은 손 씻기도 접촉 감염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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