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아프간 현지인 출국 막나…증명서 보여줘도 제지당해

입력 2021-08-19 02:40   수정 2021-08-19 12:36

탈레반, 아프간 현지인 출국 막나…증명서 보여줘도 제지당해
카불공항 외부는 탈레반 통제…독일언론 "외국인에만 공항 입장 허용"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에 협력한 현지인을 국외로 대피시키려 하지만 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이 이를 막은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미 CNN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아프간 외부로 빠져나갈 통로인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내부는 미군 통제하에 미 대사관 직원과 시민권자,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 현지인, 제3국인의 대피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공항 밖은 아프간을 함락한 탈레반의 관할이어서 공항으로 들어가려면 이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CNN은 공항 내부로 입장하려고 미국의 입국 허가증까지 보여줬지만, 탈레반에 의해 제지된 한 남성의 사례를 전했다.
이 남성은 "나는 이미 미 대사관에 (비자) 신청서를 작성하고 대사관에서 이메일까지 받았다"며 "탈레반은 '우리는 모른다. 들여보낼 수 없다'고 하면서 비행편이 있는 데도 없다고 말한다"고 하소연했다.
모든 서류를 갖췄다고 주장하는 또 다른 남성은 미국 측 인사로부터 미국 여권이나 입국 허가증이 있어야 공항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남성은 카불에 머무르라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우리는 미국인을 도왔다. 이제는 우리를 돕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이곳 상황은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독일 언론 빌트도 탈레반이 카불 전역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외국인에게만 공항으로 가는 길을 터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이 카불 공항 출입 허용 여부를 결정할 때 "외국인은 예스(Yes), 아프간인은 노(No)"라는 기준을 내걸었다는 것이다.
탈레반은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이 끝없이 몰려드는 바람에 이들을 해산하기 위해 때때로 공중에 총을 쏘면서까지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현재 군중은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지난 15일에 비해 공항에서 더 멀찍이 떨어져 있지만 수백 명이 여전히 공항에 들어가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CNN의 클라리사 워드 기자는 공항 밖 상황에 대해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거의 움직이지 못한다. 사방에 탈레반 전투원이 있다"며 탈레반이 사람을 겨냥해 총을 쏘고 있진 않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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