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 집단학살 등 반인류 범죄 저지른 적 없어"
"지도자로서 베트남 침략 막았을 뿐…캄보디아인 고통 기억하면서 죽겠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캄보디아 양민 대학살 '킬링필드'의 주범으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키우 삼판(90) 전 국가 주석이 법정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2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키우 삼판은 전날 캄보디아 전범재판소(ECCC) 최고법정에서 열린 항소심 마지막 심리에서 집단 학살 및 반인류 범죄를 주도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정에서 "단어컨대 내가 범죄를 저지를 의도를 지녔다는 혐의와 비난을 부인한다"면서 "어떤 형태든 반인류 범죄를 비롯해 베트남인들에 대한 집단 학살을 저지른 적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의 침략에 맞서 독립과 주권을 지키기 위해 국가주석으로서 책무를 다했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키우 삼판은 지난 2018년 11월 반인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ECCC에서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975∼1979년 크메르루주 정권 시절 캄보디아 내 베트남계 소수 민족을 상대로 집단 학살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었다.
대다수의 희생자들은 강제노동 수용에서 굶주림과 고문, 탈진, 질병이나 구타로 인해 숨졌다.
크메르루즈 정권의 2인자인 누온 체아 전 공산당 부서기장도 같은 시기에 ECCC에서 이슬람 소수민족인 참족을 집단학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2019년 사망했다.
키우 삼판의 변호인단은 의뢰인에게 제대로 대응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원심 판결의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서 항소를 제기했다.
이와는 별개로 키우 삼판과 누온 체아는 집권 당시 강제 이주와 반대세력 처형, 학살 등을 저지른 혐의로 2010년 9월 기소돼 2014년 8월 1심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2016년 11월에 확정 판결을 받았다.
키우 삼판은 끝으로 "법정에서 어떤 결정이 나든간에 감옥에서 캄보디아 국민들의 고통을 기억하면서 죽겠다"면서 진술을 마쳤다.
항소심 판결은 올해를 넘겨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극단적 마오주의를 기치로 내건 크메르루주 정권 시절 굶주림, 고문, 처형, 강제노역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최소 170만명으로 추산된다.
ECCC는 지난 2006년 캄보디아 정부의 요청에 의해 출범했으며 크메르루주 정권 1인자 폴 포트는 1998년 사망했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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