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흔들기 주파수 급증 착각 유도…"포유류 청각과 공진화"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치명적인 독을 가진 방울뱀은 잠재적 위험이 다가오면 꼬리를 빠르게 흔들어 특유의 방울 소리로 경고하는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을 넘어 실제보다 더 가까이 있는 것처럼 들리게 하는 '전략'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트리아 칼-프란젠스 그라츠대학교의 생물학자 보리스 차그나우드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방울뱀의 방울소리 주파수 변화와 인간이 청각으로 인지하는 거리를 분석해 얻은 연구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차그나우드 교수는 방울뱀에 다가설수록 꼬리를 흔드는 것이 빨라지고 물러서면 줄어드는 현상을 단서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
방울뱀의 꼬리에는 인간의 손톱과 같은 성분의 단백질인 케라틴으로 된 각질 고리가 허물을 벗을 때마다 생기는데, 꼬리를 흔들어 상대방에게 경고할 때 이 고리들이 부딪혀 방울 소리를 낸다.
방울뱀은 꼬리를 초당 최대 90회까지 흔들 수 있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연구팀은 인간과 비슷한 몸통과 원근법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검은 원을 잠재적 위험으로 이용해 '서부다이아몬드방울뱀'(Western diamondback rattlesnake)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물체의 크기보다는 다가오는 속도에 따라 약 40㎐까지 꼬리 흔들기가 서서히 늘어나다 갑자기 60~100㎐로 급증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방울뱀의 이런 꼬리 흔들기와 방울 소리 변화가 인간 청각에 어떻게 들리는지도 실험했다. 참가자 11명에게 가상 방울뱀의 꼬리 흔드는 소리를 들려주며 풀밭을 걷게 하고 방울뱀에 1m까지 접근했다고 생각될 때 표시를 하도록 했다. 가상 방울뱀 소리는 약 4m 거리에 접근했을 때 70㎐로 급증하게 했는데, 참가자들은 방울 소리 주파수가 급증하자 가상 방울뱀과의 거리를 실제보다 더 짧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방울뱀의 방울 소리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훨씬 더 복잡한 종간 의사소통 신호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차그나우드 교수는 저널 발행사인 셀프레스(Cell Press)가 내놓은 자료에서 "(방울 소리의) 갑작스러운 고주파 모드 전환은 실제 거리를 속게 만드는 스마트 신호로 작용하고 이런 착각은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면서 "방울뱀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을 넘어, 자동차가 후진할 때 사용하는 음향 거리 경고 장치와 같은 혁신적인 해결책을 진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관점에서 볼 때 빼어난 설계로 해석되지만, 사실은 대형 포유류를 만난 방울뱀이 수천 번 시도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면서 "방울뱀의 꼬리 흔들기는 시행착오를 통해 포유류의 청각과 공진화한 것이며, 이를 통해 큰 포유류에 밟혀 죽는 것을 가장 잘 피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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