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장관, 한 달 전 '아프간 함락' 경고전문 받아"

입력 2021-08-20 11:25  

"미 국무장관, 한 달 전 '아프간 함락' 경고전문 받아"
WSJ 내부 관계자 인용 보도…"카불 미 대사관 '반대 채널' 통해 전달"
대사관 직원들, 본부에 8월 1일 이전 철수기 운행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미국 국무부 내부에서 이미 한 달 전 아프가니스탄의 이른 함락을 경고하며 철수를 서두를 것을 촉구하는 전문이 전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을 놓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실패 비판이 비등하는 상황에서 내부 경고가 이미 제기됐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돼 책임론이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
19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무부 내부 관계자를 인용,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달 미군의 철수 이전 카불의 함락 가능성을 경고하는 현지 대사관의 전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전문은 아프간 대사관 직원 23명이 모두 서명한 상태로 지난달 13일 국무부의 비공개 '반대 채널(dissent channel)'을 통해 전달됐다.
반대 채널은 현직 외교관들이 특정 정책에 반대 의견을 표출하는 공식 통로로서, 베트남전 당시 반대 의견이 묵살된다는 지적에 따라 가동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문은 탈레반의 빠른 점령 속도를 지적하며 8월 31일 미군 철군 완료 직후 수도 카불의 함락 가능성을 경고했다.
또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민간인 및 조력자 철수를 서두를 것을 조언하며, 아프간 현지인 가운데 특별 이민 비자 프로그램의 대상에 포함된 모든 사람의 신상 정보를 빨리 수집할 것을 촉구했다.
탈레반이 자행하는 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한층 강한 어조를 사용해야 한다는 건의도 포함됐다.
전문은 특히 철수를 위한 수송기가 늦어도 8월 1일 이전에는 운행돼야 한다고 명시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문을 전달받은 즉시 일람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지만,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전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블링컨 장관은 반대 채널 사용을 장려한다"고만 밝혔다.
이 같은 비공개 보고의 존재 사실이 확인되면서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예측 실패를 둘러싼 백악관과 국방부, 정보기관들의 책임 공방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탈레반의 점령 가능성을 전면 부정하며 아프간 정부군의 수적 우세를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18일 공개된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는 "혼란 없이 철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아프간 상황의 불가피성을 항변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급속한 붕괴 경고가 있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 "11일 만에 아프간 정부가 무너질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 아무도 없었다"며 사실상 관련 주장을 부인한 바 있다.
kyungh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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