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 기밀해제 자료 인용 보도…"하얼빈 731부대 등서 생체실험"
"실험대상 최대 1만명 731부대서 사망…소련군 만주 점령으로 차단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3월 소련에 대한 세균전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20일(현지시간) 자국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의 기밀 해제 자료를 인용, 일본이 1941년 4월 체결된 소련-일본 중립조약에도 불구하고 소련을 상대로 한 세균전을 준비했었다고 전했다.
통신은 중국 하얼빈에 본부를 뒀던 일본 관동군 산하 세균전 부대인 제731부대 소속 야마모토 세에이 육군 소위에 대한 신문 자료 등을 근거로 이같이 보도했다.
1950년 5월 말 야마모토의 자백 진술에 따르면 그는 세균전에 이용하기 위해 결핵균과 파라티푸스 B균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저장하는 방법을 연구했다.
야마모토는 진술에서 "내가 직접 진행한 결핵균과 파라티푸스 B균에 관한 모든 연구는 소련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그것들을 무기로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제731부대 지휘관) 이시이 시로 중장이 1945년 3월 주재한 회의에 참석했던 731부대 장교들에 따르면 대소 전쟁은 같은 해 6월에 시작될 예정이었다"고 털어놨다.
통신은 일본이 생물무기를 적과 상대하는 결정적 무기로 삼기 위해 관동군 산하 제731부대와 제100부대에서 페스트균, 탄저균, 콜레라균, 티푸스균 등 여러 세균을 이용한 생체 실험을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실험 과정에서 다수의 감염자가 무시무시한 고통 속에서 죽어갔고 회복된 사람들은 재실험 대상이 돼 숨지기도 했다.
일본군은 감염이 어떻게 확산하는지를 살피기 위해 산 사람에게서 장기를 추출하기도 했다고 통신은 폭로했다.
그러면서 제731부대 소속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부대 실험실에서만 약 3천 명이 숨졌으며, 사망자가 1만 명에 이른다는 다른 추산도 있다고 전했다.
실험 대상으로는 기존에 알려진 조선인, 중국인, 몽골인 등 외에 소련군 포로들도 이용됐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통신은 일본이 대소 세균전 계획을 실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소련군이 1945년 8월 만주를 점령함으로써 일본이 준비 중이던 세균전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소련은 1945년 8월 8일 일본에 선전포고하고 이튿날부터 만주 진공작전, 남사할린 진공작전, 쿠릴열도 상륙작전 등 3대 작전으로 이루어진 대일전을 개시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15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고, 이튿날 관동군 사령관 야마다 오토조가 산하 부대에 항복을 명령하면서 소련의 대일전도 9월 2일까지 모두 종료됐다.
1949년 12월 25~30일 러시아 극동 연해주 군관구 산하 하바롭스크 군사법원은 일본군의 세균전 계획 혐의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핵심 피고인이었던 야마다는 당시 최고형인 25년의 수용소형을 선고받았다.
야마모토도 1950년 6월 극동군관구 산하 내무군 군사법원에서 역시 25년의 수용소형을 받았다.
이시이는 미국의 도움으로 징벌을 면하고 이후 미국과 일본에서 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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