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으로 난민 유입 급증 우려 커져
터키서 난민 신청하지 않고 그리스 등 유럽행 시도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터키는 아프가니스탄 난민에게 안전한 천국이 될 의무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프간 난민이 터키에 밀려올 것이라는 우려를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최근 이슬람 원리주의를 추종하는 무장 조직인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자 터키에 아프간 난민이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터키 현지 언론과 인권단체들은 지난달 말부터 매일 1천 명 이상의 아프간 난민이 이란을 거쳐 터키로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난민들이 고국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라며 "터키는 난민의 안전한 귀국을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터키가 150만 명의 아프간 난민을 수용 중이라는 야권의 주장도 일축했다.
현재 터키 내 아프간 난민의 수는 약 30만∼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약 360만 명에 달하는 시리아 난민에 이어 터키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난민 집단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아프간의 새 정부와 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탈레반이 수립한 새 정부와 만나 상호 간 의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인 그리스·불가리아와 접한 터키는 시리아·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출발한 난민의 유럽행 경유지로 자주 이용된다.
아프간 난민은 아프간 서쪽 국경을 넘어 이란을 거쳐 터키 동부로 가거나 파키스탄을 거쳐 이란 남동부로 건너가 터키에 입국하는 경로를 주로 택해왔다.
이들은 대부분 터키에 난민 신청을 하지 않고 터키 북서부 에디르네 주(州)를 통해 육로로 그리스로 입국하거나,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또는 키프로스공화국에 상륙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난민이 에게해에서 조난을 당해 목숨을 잃거나, 불법체류 혐의로 터키 당국에 체포돼 본국으로 송환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터키 내무부에 따르면 2019년 한 해에만 45만4천662명의 불법체류자가 체포됐으며, 이 가운데 20만 명 이상이 아프가니스탄 출신이었다.
훌루시 아카르 터키 국방부 장관은 지난 15일 아프간 난민의 주요 입국 경로인 이란 국경을 시찰한 자리에서 "올해 들어서만 약 6만2천 명의 아프간인이 터키 국경을 넘으려다 실패했다"고 말했다.
kind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