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군경에 의한 시위대 수십명 사망에 대한 책임 물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볼리비아 검찰이 유혈 사태로 이어졌던 2019년의 대규모 시위와 관련해 자니네 아녜스 전 임시 대통령을 '집단학살' 혐의로 기소했다.
20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엘데베르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검찰은 아녜스 전 대통령에 대해 집단학살과 상해치사, 상해 등의 혐의를 제기했다.
2019년 11월 발생한 시위대 사망에 대해 아녜스 전 대통령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퇴진 이후 1년간 우파 임시 정부를 이끌었던 아녜스는 퇴임 후인 지난 3월 쿠데타와 테러 혐의 등으로 체포돼 이미 수감 중이다.
모랄레스 퇴진과 임시 정부 출범 무렵 볼리비아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2019년 10월 대선에서 좌파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석연찮은 개표 과정 끝에 승리하자 대선 불복 시위가 불붙었고, 11월 거센 퇴진 압박을 이기지 못한 모랄레스가 사퇴한 후엔 그의 지지자들이 항의 시위를 벌였다.
모랄레스 지지자와 반대자, 시위대와 군경의 격렬한 충돌 속에 볼리비아 전역에서 37명이 숨졌다.
앞서 미주기구(OAS) 산하 미주인권위원회(IACHR)는 지난 18일 보고서에서 2019년 시위 과정에서 볼리비아 군경이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다며, 특히 11월 사카바와 센타카 지역에서 시위대 22명이 숨진 것이 군경에 의한 '학살'이라고 표현했다. 두 사건 모두 임시 정부 출범 후 벌어졌다.
시위 사태가 진정된 뒤 볼리비아는 지난해 다시 대통령 선거를 치렀고,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주의운동(MAS) 소속 루이스 아르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1년 만에 다시 우파에서 좌파로 정권이 교체됐다.
다만 아르세 정부가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처벌 의지를 밝히고는 있지만 아녜스 전 대통령이 실제 집단학살 혐의로 법정에 설지는 미지수다. 재판 개시를 위해선 의회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여당 의석이 이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고 AFP는 설명했다.
자신이 정치 탄압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아녜스 전 대통령은 건강 이상을 호소해 수감 중에 최근 2주 사이 세 차례나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