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오바마 기념관 건설 중지 요청 기각

입력 2021-08-21 08:29  

미 연방대법원, 오바마 기념관 건설 중지 요청 기각
환경단체 "공사 부지 잭슨파크 크게 훼손될 것" 주장했지만 기각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숱한 논란 속에 진행돼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시카고 남부 미시간호변의 국립사적지 '잭슨파크'에 역대 대통령 기념관의 전례를 깬 민간 기념관 건설을 강행하고 있는 것에 반발한 시민단체가 연방대법원에 공사 중단 명령을 요청하는 긴급 신청서를 냈으나 대법원은 20일(이하 현지시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시민 환경단체 '프로텍스 아워 파크스'(POP) 등은 오바마 재단이 기념관 건립 공사에 공식 착수한 지난 16일 "오바마 측이 불법적인 수단으로 건립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비켜갔다"며 "대법원이 환경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개입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 사안을 담당하는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나흘 만인 이날 별다른 설명 없이 기각 결정을 알렸다.
원고 측 소송 대리인 마이클 라클리스 변호사는 "연방대법원 결정이 실망스럽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은 아니다. 잭슨파크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사를 막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법적 싸움을 계속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잭슨파크의 환경과 역사적 자원을 장기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우리가 법적 싸움을 이어가는 주 목적"이라면서 "수주 내 연방 지방법원과 항소법원 법정에서 오바마 센터가 잭슨파크에 끼칠 피해에 대한 증거들을 설명하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남부의 오아시스'로 불리는 시민공원 잭슨파크는 1871년 19세기의 전설적인 조경가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와 칼베르트 보의 설계로 조성돼 1873년 문을 열었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가 열렸고 1974년 국립사적지로 등재됐다.
POP는 "공사가 강행되면 잭슨파크의 핵심 부분과 역사적 자원, 시민 휴식처, 1천 그루의 나무가 파괴되고 이로 인해 주민 생활환경과 유서 깊은 풍경, 야생동물, 철새까지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오바마 측이 개발제한구역인 잭슨파크가 아니라 잭슨파크 인근의 슬럼화된 흑인 밀집지구 내 워싱턴파크에 기념관을 짓는 것이 지역사회에 진정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오바마 센터는 2016년 착공해 2020년 또는 2021년 개관할 예정이었으나 갖은 논란으로 좌초 위기를 겪었다.
오바마 재단은 기념관 건립에 최소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오바마 재단은 공식 착공 소식과 아울러 오바마 기념관 건립 및 첫해 운영에 필요한 예산이 8억3천만 달러(약 9천800억 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문건을 공개했다.
오바마 재단 측은 대통령 기념관 건설 비용으로 애초 3억 달러를 책정했다가 5억 달러로 늘렸고 다시 8억3천만 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오바마 재단은 작년 한 해 1억7천100만 달러, 2016년 이후 총 7억2천만 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앞으로 5년간 모금 목표액은 16억 달러(약 1조9천억 원). 대부분 오바마 센터에 투입되며 3억2천만 달러는 글로벌 프로그램 운영, 4억7천만 달러는 센터 운영 및 대외 활동에 쓰일 예정이라고 재단 측은 밝혔다.
chicagor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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