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 제치고 입원한 상급국민"…日고관 '검진 입원'에 격앙

입력 2021-08-21 09:50  

"임신부 제치고 입원한 상급국민"…日고관 '검진 입원'에 격앙
코로나 확진 임신부는 입원 못해서 자택 출산 후 신생아 사망
조산 당일 9개 의료기관이 입원 거절…"일본은 후진국" 비판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응급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는 가운데 사회적 지위에 따라 입원 기회가 차등 제공된다는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사건이 발생했다.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은 2012년 12월 임명돼 약 8년 8개월째 직업 관료 최고봉인 관방부(副)장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80)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중증 환자가 119에 연락해도 입원하지 못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스기타가 검진을 위해 입원한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21일 아사히(朝日)신문과 TV아사히(朝日) 등의 보도에 의하면 스기타는 일주일 전부터 발열이 되풀이되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정밀한 진단을 받기 위해 입원했다.
그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유전자 증폭(PCR) 검사에서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스기타의 입원이 알려지기 직전 응급 의료 체계가 마비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사건이 있었다.
지바(千葉)현 가시와(柏)시의 한 30대 임신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몸 상태가 중증 수준으로 악화했으나 입원하지 못해 이달 17일 집에서 예정보다 빨리 아기를 낳은 것이다.
임신 7개월을 못 채우고 태어난 아기는 뒤늦게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목숨을 잃었다.
여성은 출산 당일 적어도 9개의 의료기관으로부터 입원을 거절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으로 일본의 의료 시스템에 대한 자괴감과 탄식이 이어졌다.
입헌민주당은 임신부에게 서둘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임부가 먼저 입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후생노동성에 요청하는 등 반향은 정치권으로도 퍼졌다.
정권 실세인 스기타가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검진을 위해 입원했다는 소식은 권력에 대한 특혜로 여겨졌다. 누리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스기타의 입원 소식을 전한 기사에는 코로나19 감염 여성이 집에서 낳은 아기가 숨진 사건을 거론하면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실제 벌어지는 가운데 왜 정부 관계자는 검사 입원이 가능하냐"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댓글이 달렸다.



아이디 'yos*****'를 쓰는 누리꾼은 "서민들은 코로나19에 걸려도 입원하지 못해 죽는 사례가 이어지는 가운데 '열이 나서 검사 입원'이라니. 같은 목숨인데도 차이가 있다. 일본은 모든 면에서 후진국"이라고 썼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일본어판의 스기타에 관한 항목에는 "임부를 제치고 입원 가능한 상급 국민"이라는 설명까지 등장했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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