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시민·비자 소지자도 공항 입구서 대기중"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탈레반이 재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져나가려는 수만 명이 수일째 수도 카불 공항 밖에 진을 치고 대기하는 가운데 최소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21일 아수라장이 된 공항 외곽에서 무더위 속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탈수와 탈진, 공포를 겪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최소 3명의 시신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스카이뉴스 영상에는 군인들이 흰색 천으로 시신 세 구를 덮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의 사망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 방송은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이 서로 짓눌리고 있으며 대피 작전에 투입된 서방국가 군인들이 탈수로 쓰러진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군인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사람들을 향해 호스를 겨누는 모습과 들것을 들고 사람들 사이를 서둘러 뛰어가는 모습도 카메라에 잡혔다.
탈레반이 지난 15일 카불을 재장악한 이후 수만 명이 카불 공항의 미군·영국군 등 서방 군 기지 앞 철조망 바리케이드 앞으로 몰려들어 짧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에 걸쳐 필사의 탈출을 기다리고 있다.
탈레반은 카불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에 나섰으며 서류를 갖추지 않은 아프간인들의 입장을 막고 있다.
서류를 갖춘 사람들도 발이 묶인 것은 마찬가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섯 가족이 함께 미국 비자를 발급받고 카불 공항의 미군 기지로 가라는 미 영사관의 안내를 받았으나 나흘째 공항 입구에서 대기 중인 한 여성을 소개했다.
이 여성은 그동안 눈앞에서 사람들이 총에 맞거나 탈레반 대원들에게 구타당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지옥에 갇혔다"고 말했다.
그는 닫힌 공항 입구 바깥쪽에 진을 치고 기다리는 사람 중에 상당수가 미국 비자뿐 아니라 미국 여권, 영주권 소지자라고 전했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당국의 개별 지침을 받은 게 아니라면 공항으로의 이동을 피하고 공항 출입구를 피할 것을 미국 시민들에게 권고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 연설에서 미국인 대피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이번 공수 작전을 미군 역사상 가장 크고 가장 어려운 작전 중 하나라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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