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 결정은 서구에 적대세력만 '환영'…러시아나 중국은 이용할 것"
"서구권에 대한 신뢰 무너져"…탈레반 압박 촉구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20년 전 미국을 따라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을 결정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가 아프간 철수는 잘못됐다며 이는 어리석은 정치적 슬로건으로 빚어진 참사라고 미국을 비판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는 전날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이후 이 같은 공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블레어 전 총리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재임했고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간과 이라크를 침공한다는 동맹 미국의 결정을 지지해 자국군을 파병했다.
그는 성명에서 "아프간과 그 국민을 포기하는 행위는 비극적이고 위험하고 불필요했다"며 "철수 결정은 '영원한 전쟁'을 끝내겠다는 미국의 어리석은 정치적 슬로건 때문에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또 철군 결정을 반기는 쪽은 전 세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를 비롯해 서구 이해관계에 적대적인 이들일 것이라며 러시아와 중국, 이란이 이런 상황을 이용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철군은 서구권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아프간인 삶도 희생시켰다"며 "이제 서구권 지도자들의 약속은 '불안정한 통화'로 취급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으로는 영국에서 불거졌던 '아프간전 무용론'을 반박하며 아프간에 대한 영국의 개입은 탈레반의 점령에도 '가망 없는 시도'가 아니었다며 영국군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프간의 한 세대가 탈레반 통치 아래 자라지 않았고 아프간 경제는 2001년 전쟁 시작 때보다 3배 성장, 올해 여성 5만을 포함한 20만 아프간인들이 대학을 진학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20년간 얻은 것들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탈레반을 서구가 우려하는 급진 이슬람주의라는 더 큰 이념의 일부로 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우리가 만약 전략적 과제로 정의하고 부분이 아닌 하나의 전체로 봤다면 아프간 철수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난 몇 주간 지속됐던 혼란은 현실적이고 신뢰 가능한 계획 등 일관적인 것으로 대체돼야 한다"며 아프간 민간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센티브나 제재 등을 통한 탈레반에 대한 압박을 촉구했다.
ki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