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유럽을 위해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떠맡을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터키 대통령실은 2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전날 미셸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는 이미 50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부담은 질 수 없다"며 "EU와 아프간 이웃 국가들이 아프간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미셸 상임의장은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EU를 위해 일한 아프간 협력자들을 터키가 수용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EU는 자신들을 위해 일한 아프간 사람 중 극히 일부에게만 문을 열어줬다"며 "이 같은 상징적인 조치로는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터키가 제3국의 책임을 떠맡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EU는 지난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당시 시리아 난민 100만 명 이상이 유럽으로 밀려들자 난민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2016년 3월 터키와 난민송환협정(난민협정)을 체결했다.
난민협정의 주요 내용은 터키가 유럽으로 가려는 난민을 자국 내 수용하는 대신 EU는 터키에 60억 유로(약 8조원)를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터키는 현재 시리아 난민 약 360만 명을 수용 중이며, 아프간 난민도 약 30만∼50만명을 수용 중인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과격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면서 대규모 아프간 난민이 터키에 밀려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터키 현지 언론과 인권단체들은 지난달 말부터 매일 1천 명 이상의 아프간 난민이 이란을 거쳐 터키에 입국 중이라고 전했다.
EU 회원국인 그리스·불가리아와 접한 터키는 유럽행을 바라는 난민의 주요 경유지로 이용된다.
이란을 거쳐 터키에 입국한 아프간 난민들은 터키에 난민 신청을 하지 않고 터키 서부 에디르네 지방을 통해 육로로 그리스에 입국하거나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또는 키프로스공화국 상륙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 난민이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돼 본국으로 송환되거나 고무보트 등에 의지해 에게해를 건너려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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