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WSJ 사설서 "탈레반과 협상해서라도 시한 연장해야"
WP "바이든 참모들, 시한 연장 방안 이미 준비중"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 '엑소더스'로 인한 대혼란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철군 시한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는 가운데 미국 유력 언론들도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한 연기를 압박하고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아프간에 체류 중인 미 시민권자와 미군을 도운 아프간 현지인의 안전한 탈출이라는 임무를 미군이 완수하기 전까지는 아프간에서 철수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WP는 "지난 24시간 동안에만 약 1만6천명이 아프간을 빠져나가는 등 지난 14일 이후 지금까지 총 3만7천명의 미 시민권자와 현지인들이 아프간을 탈출했다"며 이는 대피 작전 초기에 벌어졌던 대혼란에 비해 상황이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WP는 그러나 아프간 상황 종료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임무가 완료되기 전까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을 철수시키지 않는 것이 군사적으로나, 정치적, 도덕적으로나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WP는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은 세가지, 즉 31일 시한까지 대피를 완료하는 것, 미국이 대피 시간을 벌기 위해 탈레반과 협상하는 것, 대피가 완료될 때까지 미군이 철군을 미루는 것이 있겠지만 첫번째 방법은 이상적이지만 가장 가망이 없고 세번째는 가장 큰 위험성을 수반한다"고 말했다.
WP는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탈레반과 협상할 기회를 탐색하고 (미 철군 시점에 대한) 합의 내용과 관계없이 31일 이후에도 미군을 주둔시킬 준비를 하면서 동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대피 작전을 가속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에서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왜 탈레반에 대해 강경 목소리를 내지 않았는지가 미스터리였는데, 그 이유는 대피 작전을 하는 과정에서 탈레반의 협조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미국의 이러한 저자세 속에 탈레반은 급기야 8월31일을 '레드라인'으로 못 박고 이 시한을 넘길 경우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하기에 이르렀다면서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애초에 카불 공항에 배치될 미군 규모를 제한함으로써 탈레반과의 협상 입지를 좁힌 결과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군 철수 시한인 31일이 다가오면서 철군 및 대피 시한 연장 여부가 화두로 급부상한 가운데 실제 미국 정부와 탈레반 측 모두 연장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어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우리와 군 사이에 (시한) 연장에 관해 진행 중인 논의가 있다"고 밝혔고, 탈레반 대변인도 24일 BBC에 이달 31일 이후에도 시민들이 해외로 떠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WP는 별도의 분석 기사에서 영국을 비롯한 동맹국 사이에서 아프간 철군 및 대피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미 정부도 실제 내부적으로 철군 시한 연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아직 철군 시점 연기 여부를 명확히 언급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미 참모들은 연기 쪽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보고 이미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다만 한 소식통은 WP에 만약 철군 시점이 연기되더라도 연기되는 기간은 9·11 테러 20주년인 다음달 11일 전까지로 매우 짧을 것이며, 이 기간에는 아프간 현지인들보다는 남아있는 미국인을 대피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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