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구르카 용병'도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속속 탈출

입력 2021-08-24 16:49  

세계 최강 '구르카 용병'도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에 속속 탈출
구르카족 용병, 아프간의 외국 대사관·국제단체 등 사설 경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세계 최강 용병'으로 꼽히는 네팔 구르카족 용병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설 경호원으로 활동하다 탈레반 재집권으로 속속 탈출하고 있다.



24일 외신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네팔 구르카족 용병들은 그동안 아프간에서 정부 고위직, 외교관, 기업인 등을 보호하는 사설 경호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아프간에서는 수도 카불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수시로 탈레반과 이슬람국가(IS) 등의 차량 폭탄테러, 자살테러, 로켓포 발사, 총기 난사 등의 행위가 잇따랐다.
사설 경호원의 수요가 워낙 컸기에, 경호업체들은 군 복무 경험이 있는 네팔의 구르카족 용병들을 직원으로 고용했다.
가령, 2009년도 미국의 NGO '정부 감시 프로젝트'(POGO)의 보고서를 보면, 카불 주재 미 대사관 경호를 맡은 아머그룹이 450명의 경호원을 고용했는데, 미국인이나 영어권 출신이 150명이고, 300명이 구르카족 출신이었다.
아프간에 체류 중인 구르카족 등 네팔인의 숫자는 불명확하다.
현지에 네팔 공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제3국에서 용병으로 활동하다 아프간으로 이동한 인원이 많고, 불법적으로 일한 숫자도 많기 때문이다.
네팔 정부는 구르카족 등 수천 명의 자국민이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후 발이 묶였다고 보고 구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셰르 바하두르 데우바 네팔 총리는 서방 국가들이 자국민을 카불에서 대피시킬 때 네팔인 경호 인력도 함께 탈출시켜주길 요청했다.



네팔 주재 미대사관은 이달 17일 "아프간 주재 미대사관을 경호한 구르카족을 모두 네팔로 탈출시켰다. 이들을 태운 항공기가 중동을 거쳐 오늘 아침 네팔에 도착했다. 그들은 용감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은 구르카족을 포함해 100명 이상의 네팔인을 탈출시켰다.
네팔 외교부는 23일까지 아프간 주재 미 대사관·영국대사관에서 일한 직원 등 네팔인 504명이 카불에서 탈출했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카불공항을 통해 런던으로 탈출한 네팔인 경호원 카말 딥 바라티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에 무기를 넘겼다. 탈레반이 우리가 지내는 호텔을 포위했다"며 "공항까지 가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네팔인 1천500명이 아프간 주재 외국 대사관과 국제기구·NGO 직원들을 경호하기 위한 비자를 받는 등 아프간에 남아있는 네팔인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그동안 구르카족이 사설 경호원으로서 탈레반과 맞서 싸웠기에 보복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본래 구르카족은 용감하고, 잘 싸우기로 유명하다.
이들은 영국-네팔 전쟁(1814∼1816년)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패배했지만, 용맹성에 반한 영국이 구르카족으로 구성된 용병부대를 만들었다.
구르카족 전사들은 '쿠크리'라는 단검 하나로 최신 무기로 무장한 영국군에 대적해 싸웠다.
이후 구르카족 전사들은 1차,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의 용병으로 활약해 이름을 떨쳤다.
영국은 자신들을 위해 싸우다 퇴역한 구르카 용병에게 영주권도 줬다.
2011년 기준 영국군의 구르카 여단 병력이 3천500명이었는데, 이후 영국군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용병 인원을 단계적으로 감축했다.
구르카족 용병들은 2001년 아프간 전쟁 발발 후 사설 경호원으로 아프간에 많이 진출했다.
네팔이 워낙 가난한 나라이기에 이들은 전쟁통은 물론 세계 여러나라로 나가 목숨을 걸고 돈을 벌었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경호에 싱가포르 경찰기동대 소속 구르카 용병들이 투입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싱가포르 경찰에는 1천800여명의 구르카족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와 인도, 브루나이 등에서도 구르카족 용병들이 활동하고 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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