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 후 12일째 '조용한 경영'…취업제한 등 논란 의식한 듯
"당분간 조용한 행보", 일각 "경영전면 본격 나설 것"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삼성이 24일 밝힌 240조원의 '통 큰' 투자 계획은 총수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와 함께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연초 재수감된 이후 신규 투자 등 대형 의사결정을 미뤄온 삼성은 이 부회장의 출소 11일 만에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어 달라"는 기대에 부응하듯 초대형 투자 보따리를 푼 것이다.
이는 앞서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 이후 수감됐다가 복귀한 2018년 8월의 '3년 내 180조원' 투자 계획보다도 60조원이 늘어난 단일 기업 사상 최대 규모다.
삼성의 전날 투자계획 발표는 사전예고 없이 이뤄졌다. 이 부회장이 출소 이후 공개 행보를 자제하면서 발표 시점도 내부적으로 몇 차례 조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출소 직후 서초사옥으로 달려가 경영진들과 만난 뒤 투자·고용 계획을 짜기 위해 여러 차례 경영진들과 간담회를 했다는 게 삼성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영 복귀 이후 이 부회장은 행보는 아직 '정중동'에 가깝다.
현장 경영 등을 통해 활동 모습이 공개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관련 재판에 출석한 것 외에는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가석방 결정을 내린 취지를 살려 반도체·바이오 관련 사업장부터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일은 하되, 외부로 노출하지 않는 신중한 행보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는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 등에서 제기하는 가석방 특혜와 취업제한 논란 등을 의식한 결정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의 배경으로 경제 회복과 코로나19 백신 특사로서의 필요성까지 언급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가석방의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다.
특히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여부를 놓고는 연일 공방이 뜨겁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 부회장은 몇 년째 무보수이고 비상임, 미등기 임원"임을 들어 "취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이러한 논란을 피하고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로우키'를 견지하는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투자와 백신 확보 지원 등 산적한 경영 현안과 임무를 처리하되, 당분간은 공식 석상에 몸을 드러내지 않고 최대한 몸을 낮춘 조용한 경영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실제 이 부회장은 지난 2018년 2월 초 국정농단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된 이후 약 6개월 동안 소화한 공식 일정이 대통령과 정부 관련 행사 단 두 번에 불과했다.
부당 합병·회계부정 등 또 다른 2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것도 이 부회장에는 부담이다.
반면, 전날 3년간 삼성 경영의 청사진을 공개한 만큼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조만간 반도체 투자 결정과 고가의 장비 확보를 위해 미국·유럽 등 해외 출장에 나설 수도 있다.
가석방 기간 중 보호관찰 신분인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을 가려면 법무부에 미리 신고를 해야 하고, 국내외 사업장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외부로 동선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삼성과 국가 경제에 기여하라는 특명이 주어진 만큼 대외 공식 활동을 자제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다만 취업제한 논란이 가라앉기 전까지는 한동안 '정중동' 행보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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