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기자회견서…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시한준수' 밝혀
"국가재건 목표…아프간인 탈출 불쾌"
(테헤란·서울=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이재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이달 31일로 제시한 외국군 철수와 민간인 대피 시한을 연장할 수 없다고 재차 못 박았다.
특히 탈레반은 아프간인 출국도 막겠다고 했다.
AP·AFP 통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카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스스로 정한 시한인 이달 말일까지 철군를 완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20년간 이어온 아프간전을 끝내기로 하고 지난 5월부터 동맹국과 함께 단계적으로 철군하기 시작했다.
또 이달 31일을 철군을 마치고 아프간서 임무를 끝내는 시한으로 잡았다.
그러나 탈레반이 예상보다 빠르게 아프간을 장악했고 각국이 시한 내에 자국민과 자국에 협력한 아프간인을 대피시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미국 내에선 물론 동맹국에서도 시한을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일단 이날 아프간에서 미국인과 현지인 조력자를 대피시키고 군을 철수하는 작업을 예정대로 31일에 마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회의에서도 아프간에서 임무를 예정된 시간에 끝낼 것이라는 뜻을 전달했다.
이어 탈레반 무자히드 대변인은 "우리의 목표는 국가재건"이라면서 "미국이 아프간 내 숙련된 기술자와 전문가를 데려가는데, 이를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와 학자들이 나라를 떠나지 말고 자신의 전문영역에서 일해야 한다"라면서 "이들이 서방국 등 타국으로 가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무자히딘 대변인은 "아프간인 생활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카불 공항의 혼란은 여전히 문제"라면서 공항 주변에 모여있는 아프간인들에게 "보복은 없으니 집으로 돌아가라"라고 촉구했다.
그는 "공항으로 가는 길이 차단됐다"라면서 "아프간인은 그 길로 공항에 갈 수 없고 외국인만 공항에 가는 것이 허용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프간인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는 것이 불쾌하다"라면서 "더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이 외국인이 호송하거나 서방국으로 출국절차를 밟는 중인 아프간인까지 공항에 가는 것을 막을지는 현시점에서 불분명하다고 AP는 설명했다.
CNN방송에 따르면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탈레반 무자히드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미국이 출국에 우선순위를 부여한 아프간인에게 영향이 없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출국 우선순위가 부여된) 아프간인들이 공항에 갈 수 있길 기대하며 탈레반에도 이런 기대가 전달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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