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미만 어린이용 백신은 늦가을·초겨울께 승인될 수도"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의 전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압도적인 다수의 사람들이 백신을 맞으면 내년 봄 무렵에는 미국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통제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23일 밤(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이같이 말한 뒤 "우리가 거기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하지만 보장은 못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에게 달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소장은 식당이나 영화관에 안전하게 가는 등 정상으로 복귀할 수준의 면역에 도달하려면 인구의 어느 정도가 백신을 맞아야 하는지에 대해 보건 전문가들도 아직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앞으로 할 최선의 방책은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맞히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파우치 소장의 발언은 예전처럼 안전하게 직장·학교에 다니고 여행·외식을 하는 등의 정상적인 생활을 할 때까지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한다는 전제 아래 앞으로 반 년 이상이 걸린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파우치 소장은 또 이날 미 식품의약국(FDA)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정식 승인한 조치가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미국인의 상당수를 납득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CNN은 파우치 소장이 제시한 '2022년 봄 정상화'의 시간표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코로나19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CNN의 의료 전문기자 산제이 굽타는 파우치 소장이 언급한 "통제"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면서 "더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하면 확진과 병원 입원을 분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마 그게 통제의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굽타는 "사람들이 병원에 가야 할 만큼 아프지 않으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행할 공간을 서서히 잃기 시작하고 그게 통제의 의미일 것"이라고 부연했다.
백신이 정식 승인됐다는 이유만으로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리란 시각에 회의적인 전문가들도 있다.
피터 호테즈 베일러의과대학 국립열대의학대학원 원장은 "적절한 수준의 (백신 접종) 증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것(백신이 정식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것)은 허위정보 유포 세력이 제시한 십여 개의 허위 쟁점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또 다른 이유를 들어 여전히 백신 접종을 기피하리란 것이다.
호테즈 원장은 그보다는 기업체·사업장이나 학교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것이 사람들이 백신을 맞도록 유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 백신이 정식 승인됐지만 12세 미만 어린이는 여전히 백신을 맞을 수 없다. 제약사들은 이 연령대 어린이들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화이자는 가을 중반, 모더나는 그보다 조금 늦으면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것이라고 파우치 소장은 말했다.
그러고 나면 FDA가 이를 검토하고 백신의 위험성과 이익 사이의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파우치 소장은 "여기에 추가로 몇 달이 더 걸릴 수 있다. 따라서 늦가을, 초겨울까지 규제 당국의 결정이 나올지 아닐지 모른다. 어쩌면 내년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를 상대로 한 백신 승인 결정은 근본적으로 안전성에 기반을 둘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우치 소장은 "더 어린 연령대의 어린이에게 이것(백신)이 효과적일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국 안전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3일 기준 미국의 최근 7일간의 하루 평균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14일 전보다 29% 증가한 15만625명으로 집계했다.
입원 환자 수는 9만3천318명으로 집계됐고,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14일 전보다 91% 늘어난 1천57명으로 파악됐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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