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말하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는 자국 패권을 위한 것"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싱가포르와 베트남을 방문하는 등 미국 고위 관료의 잇따른 아시아 순방에 중국 관영매체가 '립서비스'는 통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5일 미국 고위 관료의 동남아 방문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존재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아프가니스탄 철수에 따른 이미지 훼손으로 헛수고로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취임 후 처음 동남아를 찾은 해리스 부통령은 23∼24일 싱가포르를 찾아 중국 견제와 동맹 강화 의지를 분명히 한 뒤 베트남으로 이동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 등도 최근 잇따라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해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중국 견제에 힘을 쏟았다.
중국 전문가들은 동남아에서 자국을 견제하려는 이러한 전략은 중국과 각국의 경제 관계를 고려할 때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쉬리핑(許利平) 중국사회과학원 아태 글로벌전략 연구원은 "싱가포르와 베트남은 중국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맺고 있어 공급망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뤼샹(呂祥)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편입할 의사가 없다"며 "일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계속 균형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이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이 전날 싱가포르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비판하며 "중국은 규칙에 기초한 질서와 (다른) 나라의 주권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한 점도 강하게 비난했다.
신문은 미국이 말하는 규칙에 기초한 질서는 미국 패권을 위해 다른 나라에 임의로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맞섰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일은 미국이 말하는 소위 규칙에 기초한 질서가 주권 국가에 대한 자의적인 군사개입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자국을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르지 않고도 다른 나라를 비방하고 억압하며 괴롭힐 수 있다"며 "그것이 바로 미국이 원하는 질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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