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분석…참여 인센티브엔 정부의 과도한 개입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정부가 수도권 공공주택에 도입한 사전청약 제도를 민영주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자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달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5일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민영주택과 2·4 대책 사업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주거재생혁신지구사업에서 나오는 공공주택 일반분양분의 85%인 10만1천호를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2∼3년 전에 조기 공급하는 제도다. 앞서 정부는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 공공주택 6만2천호를 사전청약 방식으로 공급하기로 했는데, 이를 민영주택 등 다른 유형의 주택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사전청약은 물량이 많아야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 진정 효과를 볼 수 있다"며 "10만호를 넘긴 것은 물량이 많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가구 수"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라며 "최근 지연되는 수도권 분양 상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민간 청약 대기수요의 사전청약 흡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무주택 가구도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입지에서 내 집을 마련할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사전청약이 근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는 대책이 아닌 '조삼모사'에 불과해 시장 안정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박합수 전문위원은 "사전청약은 어차피 예정된 물량을 당기는 차원"이라며 "정부는 주택용지 전환, 용적률 상향 등의 방법을 통해 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불안 심리를 달래주는 효과야 있겠지만, 시장 안정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순 없을 것"이라며 "현재 주택시장 불안정의 근본 요인은 저금리 유동성과 정부의 정책 실패에 따른 신뢰 상실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올해 하반기에 사전청약을 하더라도 입주는 2026∼2032년에야 가능할 것이고, 아랫돌 빼서 윗돌 끼우는 조삼모사라 근본적인 공급대책이라고 할 수도 없다"며 "정부가 눈에 보이는 증상만 보고 치료를 하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영주택 사전청약 물량의 대부분은 경기에 집중돼있다"면서 "서울 주택 시장 안정화에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3기 신도시 사전청약 물량의 추정 분양가를 공개하면서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60∼80%로 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분양가는 본청약 때 확정되는데, 그 시점에 주택 시장이 활황일 수도, 불황일 수도 있다"며 "정부가 사전청약의 분양가격이 저렴하다고 공언해놓고 본청약 때 집값이 하락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후분양을 통해 건축물의 품질 확보와 선분양에서 건설사들이 노리는 부당한 이익을 줄이겠다고 한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라며 "이를 고려할 때 사전청약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급조된 정책인지, 애초에 후분양 중심으로 가야 한다던 주장이 아마추어적인 발상이었는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정부가 사전청약 확대를 위해 민간 업체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놓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인센티브라면 그간 '적폐'라고 규정했던 건설사들의 이익을 늘려주는 꼴이고, 페널티를 가한다면 공공이 민간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는 셈"이라며 어느 쪽이든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함영진 랩장은 "민간에 매각된 공공택지와 달리,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해야 하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은 소송과 사업 지연의 변수도 있는 만큼 유연한 사전청약이 가능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교수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은 할 수 있지만, 시장을 끌고 가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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