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방지 프로그램 유전적 다양성 확보보다 개체수 증가에 힘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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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코뿔소가 고대 조상 때부터 유전적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초래된 지금의 멸종위기에 대해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닌 것으로 강조됐다.
스웨덴 자연사박물관의 고생물학자 러브 달렌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흰코뿔소를 비롯해 현존하는 5종의 코뿔소와 마지막 빙하기까지 살았던 털코뿔소 등 멸종 코뿔소 3종의 게놈을 분석해 얻은 진화 가계도를 생물학 저널 '셀'(Cell)에 발표했다.
코뿔소는 약 5천500만~6천만년 전 멧돼지와 비슷한 테이퍼(tapir)에서 분화된 뒤 100여종 이상 출현하며 번성했으나 플라이스토세(약 258만~1만년 전)를 거치며 대부분 멸종하고, 현재 남은 5종도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저널 발행사 '셀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코뿔소가 약 1천600만 년 전 아프리카와 유라시아계로 분리된 것을 확인했다. 이는 지리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코와 앞머리에 난 뿔의 수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코뿔소 개체 감소로 이전보다 유전적 다양성이 낮아지고 근친교배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역사적으로 유전적 다양성은 다른 동물보다 낮았던 것도 밝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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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렌 박사는 "코뿔소의 주요 계보가 뿔이 한 개냐 두 개냐가 아닌, 아프리카와 유라시아로 지역적으로 갈라진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멸종 코뿔소를 포함해 모든 코뿔소 종이 상대적으로 낮은 유전적 다양성을 보였는데, 이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해있는 코뿔소의 낮은 유전적 다양성이 부분적으로는 코뿔소 자체의 생물학적 결과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게놈 분석이 이뤄진 8종 모두 지난 200만 년간 개체 수가 지속해서 서서히 감소하거나 장기간 작은 개체 수를 유지해 온 점을 지적하면서 코뿔소가 낮은 유전적 다양성에 적응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코뿔소가 해로운 돌연변이를 축적하지 않은 것과 결을 같이한다.
논문 공동 저자인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의 믹 웨스트버리 박사는 이와 관련, 코뿔소가 지난 100년간 해로운 돌연변이를 축적하지 않고 제거함으로써 낮은 유전적 다양성에도 상대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달렌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부분적으로 희소식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면서 코뿔소의 낮은 유전적 다양성이 코뿔소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고, 근친교배와 질병 유발 돌연변이와 관련된 건강상의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다는 점을 희소식으로 꼽았다.
그러나 "현존 코뿔소가 조상의 게놈과 비교해 유전적 다양성은 더 낮고 근친교배율은 더 높다는 점이 확인됐는데, 이는 사냥과 서식지 파괴로 인한 개체 감소가 게놈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면서 "낮은 유전적 다양성과 높은 근친교배는 현존 코뿔소 종의 멸종 위험을 높인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현존하는 코뿔소의 낮은 유전적 다양성이 회복 불능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 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된 만큼 코뿔소 회복 프로그램을 개체의 유전적 다양성 확보보다는 개체 수 증가에 초점을 맞추도록 이끌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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