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과거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현지에서 빠져나올 때 한 발만 늦었어도 탈출이 어려운 아찔한 상황을 맞을 뻔했다.
25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간인 380여 명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에 도착한다.
정부는 이들의 이송을 위해 23일 군 수송기 3대를 중간 기착지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로 보냈다. 이 수송기는 24일부터 아프간 수도 카불과 이슬라마바드를 왕복하면서 아프간인 이송 작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조만간 수송기를 타고 현지를 빠져나올 예정이다.
그런데 한창 이송작업이 진행되던 전날 밤 탈레반은 기자회견을 열고 서방 국가에 협력한 이들 등 아프간인의 공항 진입을 막겠다고 선언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공항으로 가는 길이 차단됐다"라면서 "아프간인은 그 길로 공항에 갈 수 없고 외국인만 공항에 가는 것이 허용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프간인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는 것이 불쾌하다"라면서 "더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이 발표가 하루나 이틀 전에 나왔다면 한국 정부 협력자들은 공항 근처에서 발이 묶일뻔한 것이다.
이날 발표 전에도 카불 곳곳에 탈레반이 검문소를 설치하고 피란민이 몰리면서 카불 국제공항으로 진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등도 자국민과 협력자 이송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독일 정부는 지난 17일 수천 명을 공수할 계획으로 항공기를 보냈지만, 혼란 상태에서 겨우 7명만 탑승한 채 출발하기도 했다.
정부는 당초 계획했던 이송 인원인 427명 중 40명가량은 끝내 데려오지는 못했지만, 대혼란에 빠진 현지 카불 공항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성과는 상당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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