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대피임무 시간 뺏겨"…하원선 "자원전용·이기적"
(워싱턴=연합뉴스) 이상헌 특파원 = 미군 당국이 철수가 임박한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서 필사의 탈출 작전을 하는 와중에 조율도 없이 현장을 불쑥 찾은 미국 연방의원들에 대한 미 당국과 의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앞서 미 민주당 세스 물튼·공화당 피터 마이어 하원의원은 현장 상황 파악과 대피 시한 연장 압박이란 명분으로 24일(현지시간) 카불 공항을 찾았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의원들의 갑작스러운 방문으로 공항 대피 임무가 방해를 받았다고 밝혔다고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보도했다.
커비 대변인은 "그들은 현장 지휘관들과 대화할 기회를 얻었다"며 이들에 대한 보호 조치 탓에 그날 계획했던 일로부터 시간을 뺏겼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지의 긴박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VIP 방문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만 그는 두 의원이 카불을 떠날 때 피란민들에게 갔어야 할 자리를 차지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두 의원은 군용기를 이용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하원 전체에 서한을 보내 "의원들의 방문은 위험에 처한 미국인과 아프간인을 안전하고 신속하게 대피시키려는 임무로부터 필요한 자원을 불필요하게 전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그들의 행위는 옳지 않다"고 했다. 다만 미 정부가 현지에 얼마나 많은 미국인과 아프간 조력자가 남아있는지 안 밝히는 상황에서 이들 의원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 동기에 대해선 공감을 표했다.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이들의 카불 방문이 관심을 얻으려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논란 확산에 이라크전 참전용사인 두 의원은 공동 성명을 내고 자신들 때문에 다른 이에게 돌아가야 할 자리가 줄어들지 않도록 비어 있던 승무원 전용석에 앉았고 현장에 24시간도 머물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이번 방문은 의원으로서 미군 철수를 감독하고 현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시선을 끌려고 했던 게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군 복무 중 다리를 잃은 공화당의 브라이언 매스트 하원의원은 최근 당국에 의원단의 카불 방문 가능성을 질의했지만, 부정적인 답을 받았다면서 "이 사안을 감독할 더 좋은 때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아프간행 의원들을 비난했다.
군뿐 아니라 백악관과 국무부도 이번 사안에 격노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한 외교관은 "내가 들어봤던 의원들이 한 일 중 가장 무책임한 것이다. 경고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정대로 오는 31일까지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전날 재확인했고, 탈레반은 31일이 '레드라인'이라며 경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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