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피해' 주장 여성, 남친과 함께 극단적 선택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의 한 여성이 국회의원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고소했다가 2차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분신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많은 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26일 인도 언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 사는 24세 여성이 지난 16일 남자친구와 함께 뉴델리 대법원 앞에서 분신했다.
두 사람 모두 심각한 화상을 입었고 남자친구와 이 여성은 21일과 24일 차례로 숨을 거뒀다.
이 여성은 2019년 5월 바후잔 사마지 당(BSP) 소속 국회의원 아툴 라이가 자신을 성폭행했다며 고소했다. 라이는 유죄 판결을 받고 2년간 복역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라이의 가족이 이 여성을 무고 혐의로 고소했다. 여성은 이에 반박했지만 법원은 이달 초 보석 석방이 불가능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자 여성은 해당 의원과 여러 경찰관, 판사 등의 이름을 열거하며 이들이 자신을 괴롭히고 죄를 뒤집어 씌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으로 자신과 남자친구의 분신을 중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여성의 고향 마을 주민은 시위를 벌이며 가해자를 비난하고 나섰다.
온라인에서도 "인도에서 또 비극이 발생했다"며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네티즌 미니타 간디는 트위터에 "자신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성이 불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가"라며 "이제 당신들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인도에서는 이달 초에도 최하층민인 달리트(불가촉천민) 출신 9세 여아가 집단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연일 시위가 이어지기도 했다.
인도에서는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 발생 후 성폭력 근절 목소리가 커지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관련 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인도국가범죄기록국(NCRB)에 따르면 2018년 경찰에 집계된 성폭행 사건은 3만3천977건에 달한다. 신고되지 않은 사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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