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확한 목표 없이 표류…납세자 돈 탈레반에 흘러 들어가
'형은 정부측 동생은 탈레반'…미국, 아프간 문화에도 무지해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아프가니스탄 건설업체 대표의 형제는 탈레반에 속해 있었다. 이들은 테러리즘 버전의 '영원히 지속가능한 사탕'을 만들었다. 한 사람이 인프라를 건설하면 다른 형제가 이를 파괴했다. 그러면 다시 건설업체에 있는 형제가 이를 재건하기 위한 미국의 계약을 따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기자 크레이그 휘틀록은 오는 31일 출간하는 책 '아프가니스탄 보고서'(The Afghanistan Papers)를 통해 미국의 아프간전이 처음부터 대실패의 연속이었다고 지적했다.
데일리 인텔리전서에 따르면 휘틀록과 WP는 아프간전에 관한 미국 정부 내부 검토 자료 등의 문서를 획득해 이를 토대로 책을 썼다.
그는 책에서 "아프간에 관한 철저한 기록은 아니다"라면서도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20년간 미국의 3개 행정부 동안 수행한 아프간전과 관련해 관료들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는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책에 따르면 아프간전에서의 미국의 실패 사례는 우울할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는 것들도 많았다.
책은 약 190억 달러(약 22조2천억원)에 달하는 미 납세자들의 돈이 탈레반과 동맹 그룹의 손에 넘어갔다고 전했다.
아프간 주재 대사였던 라이언 크로커는 미군이 훈련시키고 자금을 지원한 아프간 경찰에 대해 "그들은 방위군으로서 쓸모가 없다. 순찰대 단위까지 부패했기 때문"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지난 2018년 탈레반이 공세를 강화하자 미국은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각각 장악한 지역이 어딘지를 추적하는 것을 포기했다.
미국은 아프간 문화에 대해 매우 무지해 때때로 블랙코미디를 연출했다.
아프간인들은 미군 기지의 소변기를 음수대로 착각했고, 한 미군 특수부대원은 비행기에서 '멍청이들을 위한 이슬람'(Islam for Dummies)이란 책을 읽으면서 현지 파병을 준비했다.
책은 계속해서 미국이 아프간에서 무엇을 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테러 집단 알카에다와 싸우기 위해 그곳에 갔는지, 아니면 아프간을 현대 서구사회와 같은 민주주의 국가로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을 가졌었는지가 분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수십 년간 명확한 목표 없이 표류했고, 이로 인해 전술은 계속해서 변화했다.
미 의회가 배정한 돈은 중요한 목표 없이 수많은 프로젝트를 통해 아프간에 흘러 들어갔다.
휘틀록이 인터뷰한 미국 관료들도 한목소리로 분명한 목표의 부재를 꼽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아프간에서 미국의 목적은 "9·11 테러를 감행한 테러범들을 붙잡고, 오사마 빈라덴을 정의 앞에 세우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아프간이 미국에 대한 또 다른 테러의 발사대가 되는 것을 막는 데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아프간을 재건하기 위해 간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은 미국의 아프간전에 따른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예를 들어 탈레반 통치 아래에서 억압받던 여성과 소녀의 해방 등과 같은 것은 책에서 언급되지 않는다.
현재 카불의 국제공항을 통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대규모 행렬을 보면 미국의 20년간의 개입이 결코 일부에게만 혜택을 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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