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공항은 통제권 밖…미국이 보안 조치 안 해"
오사마 빈라덴 옹호하다 정권 잃은 경험 '데자뷔'…이번엔 IS-K
"숨진 아프간인 60명 가운데 28명이 탈레반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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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김지연 이재영 기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6일(현지시간)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이 통제권 밖에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정상적 정부를 자처하며 카불 공항 근처 치안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오다가 막상 테러가 발생하자 치안 관련 책임을 미루는 모습이다.
미국이 이번 테러의 배후인 이슬람 국가 호라산(IS-K)에 대한 군사 보복을 감행할 경우 탈레반의 새 정부 구성 등 향후 행보에 상당한 타격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항 보안을 위해 탈레반이 어떤 조처를 할지에 대해 "불행히도 공항은 탈레반 통제범위에서 벗어났다"라고 답했다.
그는 "공항 인접 지역 치안책임은 미국인들에게 있고 우린 거기 없다"라면서 "공항 주변을 비롯해 우리 병력이 있는 곳은 안전하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탈레반 다른 대변인도 공항 치안책임은 미국에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모하마드 나임 대변인은 알자지라방송에 "카불 공항에 사람들이 대규모로 모였을 때 영향을 외국군에 경고했다"라면서 "이와 관련한 적절한 보안 조처가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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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서방국이 대피 작전을 진행하는 카불 공항에서 이날 연쇄폭탄테러가 발생해 수백 명이 사상했다.
테러 주체로 탈레반에 적대적인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를 자처하는 IS-K가 지목됐다. IS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테러 발생 다음 날인 27일 "이번 테러로 숨진 아프간인 60명 가운데 28명이 탈레반 대원"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의 애초 설명과 달리 테러 현장에 탈레반 대원이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군사 보복이라는 강경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공격을 감행한 사람들을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나는 우리의 이익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은 내 지휘에 따라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군 지도부에 IS-K의 자산과 지도부, 시설을 타격할 작전 계획을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IS-K의 아프간 내 근거지에 대한 공격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아프간 장악 후 '포용 정부' 구축 천명과 함께 새 정부 구성을 진행 중인 탈레반에는 대형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만 기다리면서 이후 아프간을 완전히 자신들의 세상으로 구축한 후 국제사회와 교류 확대 등의 계획을 추진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이미 미국에 의해 정권에서 밀려난 경험이 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범행 배후인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번에도 IS-K를 옹호하거나 자국 내 미국 공습에 반발했다가는 비슷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탈레반에는 걱정스러운 데자뷔(기시감)인 것이다.
한편, 이날 무자히드 대변인은 민간인의 경우 31일 이후에도 아프간을 출국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31일 이후 민간인 대피를 허용할 것이냐는 질의에 "사정이 허락하면 그럴 것"이라면서 "민간인에 대해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답했다.
다만 무자히드 대변인은 미군 철군은 예정대로 31일에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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