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공항 미군·대피인파 공격…바이든, IS에 군사 보복 예고
국제사회 충격…일부 서방국 카불 구출작전 중단
미국 시한내 작전 계속…유엔총장, 안보리 상임국 회의 소집
(뉴델리·워싱턴·테헤란=연합뉴스) 김영현 류지복 이승민 특파원 =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빠져나갈 유일한 탈출구인 카불 국제공항 외곽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미군 13명을 비롯해 70여명이 사망했다.
탈레반 폭정을 우려한 탈출인파가 몰려 빚어진 대혼란을 틈타 존재감 회복을 노리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저지른 만행으로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외신들에 따르면 26일(현지시간) 오후 6시께 카불 국제공항의 남동쪽 애비 게이트와 거기에서 250m 정도 떨어진 배런 호텔에서 차례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애비 게이트는 미국과 서방국들이 대피에 나선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들을 공항에 들여보내기 위해 검사하는 곳이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애비 게이트 근처에서 자폭테러 뒤 무장 괴한들의 총기 난사가 잇따랐다고 밝혔다.
뒤이어 자폭테러 공격을 받은 배런 호텔은 아프간 대피자들이 공항으로 가기 전에 집결해 묵던 대기소였다.
빌 어번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이번 연쇄테러로 미군 13명이 사망하고 18명이 부상해 공군기로 후송됐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이번 공격으로 아프간인도 최소 60명이 사망하고 최소 143명이 다쳤다고 아프간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부상자들의 상태와 아프간 혼란 상황을 고려하면 사망자와 부상자의 수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도 관측된다.
국제테러단체 IS는 선전매체인 아마크 뉴스통신을 통해 자신들이 이번 공격의 주체라고 주장했다.
IS는 조직원이 모든 보안시설을 뚫고 미군에 5m 이내까지 접근해 폭발물이 장착된 조끼를 터뜨렸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보당국도 이번 공격이 전형적 극단주의 테러 수법 중 하나인 자폭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 정보기관들은 카불 공항을 겨냥한 IS의 테러 가능성을 최근 부쩍 경계해왔다.
IS는 시리아, 이라크에서 패퇴한 뒤 아프간으로 거점을 옮겨간 테러단체로, 탈레반 득세로 아프간 내 입지가 줄자 존재감 회복을 위해 카불 공항을 노릴 것으로 우려돼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IS의 아프간 지부인 호라산(IS-K)의 소행으로 지목하고 미군에 이들의 지도부와 시설을 타격할 작전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선택한 시기와 장소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군사보복 방침을 밝혔다.
아프간 대피인파와 서방 병력을 차례로 노린 이번 테러 때문에 서방의 대피작전이 차질을 빚을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대피작전을 주도하는 미군을 오는 31일까지 완전히 철수시킨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리스트들에게 저지당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우리 임무를 중단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며 대피작전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긴급 안보회의를 열고 철군 시한까지 구출 작전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수백명을 더 데리고 와야 한다며 "매우 긴박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벨기에, 덴마크, 폴란드, 네덜란드 등은 이날 테러 소식과 함께 대피작전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공항의 경비와 운영을 도맡고 있는 미군의 철군 시한이 이번 테러 때문에 영향을 받을지는 아직 지켜볼 일이다.
미국 안팎에서는 테러 전부터 대피 규모를 고려할 때 시한이 너무 이르다며 철군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국제사회는 아프간 대피작전이 혼란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대형테러까지 빚어지자 충격에 빠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테러를 규탄하며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30일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회의를 소집했다.
탈레반은 책임 회피에 나섰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카불 공항의 미군 통제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정상적 정권을 자처하며 서방국들의 대피작전 기간에 카불공항 근처 치안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혀오다가 이번 테러는 자신들의 통제권 밖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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