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K, 탈레반과 오랜 대립…철군 압박 메시지 측면서는 이해관계 맞아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 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 테러는 아프간 현지는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에 거대한 혼란과 충격을 안겼다.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 직후 대피 인파가 몰려든 카불 공항 테러 가능성은 여러 차례 경고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가 31일로 예정된 미군의 철수 시한을 고수하며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 가능성을 언급했다.
애덤 시프 미 하원정보위원장도 정보기관의 의회 보고 직후 "카불 공항 테러 위협은 매우 현실적이고 근본적"이라고 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 역시 22일 CNN방송에서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은 현실이며 심각하고 지속적"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6일(현지시간) 서방 군대가 대거 운집한 데다 탈출을 위해 외국인과 아프간 현지인 수만명이 몰려드는 카불 공항은 테러조직에게 최고의 먹잇감이라며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국가 호라산(IS-K)이 이번 공격으로 국제사회에 화려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탈레반과 IS가 그간 대립적 갈등 관계를 이어온 데다 IS의 아프간 극렬주의 분파 격인 IS-K가 아프간 내부에서 탈레반과 격렬하게 대립한 만큼, IS의 입장에서는 최대의 적인 미국은 물론이고 탈레반에까지 일거에 타격을 안긴다는 점에서 조직적 테러 공격을 기획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테러를 시작으로 IS-K는 아프간 내 유일한 지하디스트로서 본인들의 유일한 정통성을 강조하며 본격적인 반(反)탈레반 세력을 규합, 탈레반과 본격적인 주도권 경쟁에 나설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망했다.
이제 막 아프간을 접수하고 정부 구성을 비롯한 본격적인 통치에 착수하려는 탈레반으로서는 서구에 맞서는 동시에 내부의 적과도 싸워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 맞닥뜨린 셈이다.
탈레반은 IS-K 구성 이후 아프간 내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차단해 왔고, 아프간 점령 이후에는 바그람 감옥을 비우면서 IS-K 지도자 일부를 처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여러 분파의 연합 형태인 탈레반의 특성 상 미국이 지원하는 아프간 정부라는 거대한 공동의 적이 무너진 만큼 원심력이 가속화할 수 있어, 탈레반이 수권의 현실적 위협인 IS-K를 뿌리째 뽑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라는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 혼맥과 인맥으로 복잡하게 뒤엉킨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들 사이에는 적과 아군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구분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탈레반과 IS-K 사이에 공통의 이해관계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IS-K의 경우 탈레반의 극렬 분파인 하카니 네트워크와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뒤엉킨 이해관계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분석했다.
이번 테러를 통해 미군을 비롯한 서방국의 철군이 한층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커졌고 현지인 대피에는 현실적 경고가 됐다는 측면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물렸다는 것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테러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IS에 대한 강력한 보복 메시지를 천명하면서도 철군 의지는 거듭 확인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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