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당일 1만2천명 대피…더 엄격한 검문·공항 일부 입구는 폐쇄
곳곳서 경보음…"테러범 지구에 살길 원치 않아" 응징 의지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이상헌 특파원 =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대피 및 철군 시한을 4일 앞둔 27일(현지시간) 악전고투 속에 필사의 막바지 탈출 작전을 이어갔다.
전날 미국과 탈레반에 모두 적대적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수도 카불 공항 인근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 등 약 170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빚어졌지만 대피 완수라는 미국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특히 카불에서 또 다른 테러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어느 때보다 고조된 긴장감과 철통같은 경비 태세 속에 긴박한 작전이 진행됐다.
AP통신에 따르면 공항 밖 경비를 책임진 탈레반은 트럭 등을 이용해 공항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장애물을 설치했다. 국외 탈출을 위해 모여든 아프간인들을 미군이 경비를 선 공항 입구로부터 더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는 목적에서다.
탈레반이 설치한 검문소도 더 엄격해졌고, 미국은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가능성 탓에 일부 도로를 폐쇄하라고 탈레반에 전했다.
미군 역시 일부 공항 입구 폐쇄, 보안수단 추가 등 조처를 했고, 공항 상공에 유인기와 무인기를 계속 띄워 주변을 감시했다. 공항에는 로켓 공격에 대비한 방어체계도 작동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공항이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폐쇄된 것처럼 보인다"며 탈레반은 남쪽과 동쪽 입구에서 아무도 공항 근처로 올 수 없고 모든 출입구는 폐쇄됐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연합군은 테러가 발생한 전날에도 1만2천500명을 국외로 수송해 지금까지 10만5천여 명을 대피시켰다.
국방부는 오전 브리핑에서 5천400명이 대피를 위해 카불 공항에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아프간의 미국 시민권자는 6천 명으로 파악된 가운데 5천100명이 대피를 마쳤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남은 시민권자 중 약 500명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피 작업 자체가 막바지 국면으로 접어든 데다 미국을 돕던 연합군이 테러 발생 이후 항공기 투입을 속속 중단해 어려움을 더한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며 31일 대피 및 철군 완료 입장을 재차 밝혔고, 행크 테일러 미 합참 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을 대피시킬 것이라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차량 폭탄이나 로켓포 공격 등 추가 테러 경고음은 계속된다.
백악관 국가안보팀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에게 "또 다른 테러 공격이 있을 것 같다"며 "이번 임무의 다음 며칠은 지금까지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구체적이고 믿을 만한 위협에 여전히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테러를 자행한 IS-K를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이날도 변함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연설에서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군사 보복 방침을 천명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그들이 지구상에 더는 살길 원치 않음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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