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테러는 미국 아닌 탈레반에 대한 도전…탈레반, IS 대원 2명 체포"
러 아프간 특사 "탈레반과 관계 구축 불가피, 압박은 과격화 초래"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과 카불 공항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 사이에 심각한 갈등이 존재한다고 28일(현지시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가 주장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쥐르노프 주(駐)아프간 러시아 대사는 이날 자국의 유명 언론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인 '솔로비요프 라이브'에 화상으로 출연해 양측 사이에 "화해할 수 없는" 갈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테러의 배후에 IS가 있었다면 그것은 "미국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 탈레반에 대한 도전일 것"이라며 "탈레반이 아프간에 대한 책임을 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쥐르노프 대사는 "당연히 공항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그들이 전적으로 책임을 질 수는 없었다"면서 탈레반의 카불 입성 직후에 테러가 벌어졌다는 점에서 탈레반이 이번 테러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현재 탈레반이 2명의 말레이시아인 추정 IS 대원을 체포했다"면서 "그들은 (IS 대원들을) 끝까지 잡아들일 것이고 IS에 대해 아주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다. 또다시 이런 일(테러)이 있어선 안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대변인은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폭발과 관련해 몇 명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스푸트니크에 "그렇다, 몇 명이 구금됐다"라고 말하고 정확한 세부 사항은 아직 밝히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 26일 아프간 카불 공항 애비 게이트 인근에서는 폭탄 테러가 발생, 사망자가 170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테러의 배후로는 이슬람국가 호라산(IS-K·ISIS-K)이 배후로 지목됐다.
쥐르노프 대사는 또 러시아 국적을 가진 아프간인 이중국적자 약 200명이 아프가니스탄을 추가로 떠나길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앞서 지난 25일 군용 수송기 4대를 아프간으로 파견해 러시아인 360명과 옛 소련권 국가 국민 등 약 500명을 대피시킨 바 있다.
쥐르노프는 지금도 난민 대피를 위한 미국과의 공조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러시아의 아프가니스탄 담당 대통령 특사인 외무부 제2아주국 국장 자미르 카불로프는 '솔로비요프 라이브' 인터뷰에서 "탈레반의 정권 장악은 현실이며, 러시아는 아프간 새 정권과의 관계를 구축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방과 국제사회가 탈레반을 고립시키고 압박하면 그들의 과격화를 초래할 뿐 아니라, 극단주의가 아프간 너머로 확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간 난민 문제와 관련해선 "이란은 경제적, 정치적 이유로 대규모 난민을 받을 수 없는 처지고, 파키스탄도 오래전부터 300만 명의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인 상태"라면서 "당연히 모두에게 유럽이 편한 지역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난민들 가운데는 테러리스트들과 극단주의자들이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카불로프는 이어 "탈레반은 다른 인종정치 세력 대표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 시나리오가 이행되면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지원을 얻어 아프간에 질서를 확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탈레반이 이웃한 타지키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의 중앙아시아 국가들이나 파키스탄 등으로 세력을 확장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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