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갈수록 높아지는 대출 문턱…취약계층 타격 최소화해야

입력 2021-08-29 10:58  

[연합시론] 갈수록 높아지는 대출 문턱…취약계층 타격 최소화해야

(서울=연합뉴스) 당국의 강력한 대출 억제 정책으로 인해 돈 빌리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물론 외국계와 인터넷은행까지 사실상 모든 시중은행이 신용대출 상품 대부분의 최대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최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한다. 은행들은 직장인이나 자영업자들의 손쉬운 대출 수단으로 활용돼 온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도 최대 5천만원으로 축소했거나 축소할 예정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크게 높인 것은 가계 빚 급증이 더는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는 금융 당국의 강력한 종용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의 회의에서 신용대출 한도 축소를 요구한 데 이어 각 은행에 27일까지 구체적인 신용대출 한도 관리 방안을 제출하라며 실행을 압박해 왔다. 금융당국은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조기 확대 등 추가적인 부동산 대출 억제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추가 인상 방침까지 밝혔고 은행을 비롯한 각 금융기관도 일제히 대출금리 인상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대출마저 힘들어져 코로나19 사태로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살림이 더욱 팍팍해지게 됐다.

최근 실물경제와 금융 상황을 고려하면 대출 억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풀린 막대한 유동성 때문에 부동산, 주식 등의 가격이 치솟았다. 지난 2분기 기준 가계부채가 1천806조원으로 전분기보다 무려 41조원이나 불어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가계와 기업 운영이 어려워진 탓도 있겠지만 자산 가격 급등세에 편승해 보려는 이른바 '빚투'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자산 가격의 거품이 부채를 동원한 무리한 투자를 부르고 이로 인해 다시금 자산 가격이 앙등하는 악순환의 고리 단절이 늦어질수록 그만큼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국내 사정을 고려해 긴축 정책을 최대한 늦추려 해도 국제 금융시장 상황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 금융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본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잭슨홀 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시작할 것임을 시사했다. 비록 고용, 인플레이션, 성장, 코로나19 상황 등 제반 경제 여건을 들어 가까운 시일 내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명확히 거리를 뒀지만,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만 같았던 풍부한 유동성과 '제로' 수준 저금리의 종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파월 의장의 언급을 뒤집어 생각한다면 경제 여건들이 급변할 경우 지금 염두에 둔 금리 인상 일정표는 훨씬 앞당겨질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선다면 외환·주식 시장에서부터 무역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전 분야에 걸쳐 엄청난 충격파를 미치게 될 것이므로 이에 대비하는 '예방 주사'라고 할 만한 우리의 선제적 금리 인상은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

문제는 한층 무거워진 금리를 부담하고서도 돈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진 서민 가계와 영세 자영업자들이 겪게 될 고통이다. 정부는 다음 달 말 종료 예정인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이자 상환 유예 등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이 본격화하면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앞서 2차례 연장된 바 있다. 지난 6월 25일 기준 지원액은 총 204조4천억원에 이른다. 코로나19 위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금리 인상과 대출 억제로 인한 어려움마저 가중된 점을 고려하면 금융지원 연장은 타당한 조처로 보인다. 그러나 추가 연장이 도덕적 해이를 초래하고 부실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 당국은 대출을 일괄적으로 연장하기보다는 더는 혜택이 필요하지 않은 기업과 가계는 가려내고 회생이 힘든 경우 별도의 지원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유념하기를 바란다. 회생을 기대할 수 있는 취약 계층에 대해서는 대출 연장이나 이자 유예 이외에 정책금융기관의 저리 대출·보증 확대 등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연착륙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 총량 관리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전세자금대출과 정책모기지 대출, 집단대출 등 실수요 성격의 대출도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할 필요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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