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쿠바·중미 출신 '캐러번', 군경 저지에도 계속 이동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멕시코 남부 국경 지대에 발이 묶였던 아이티, 쿠바 출신 이민자들 수백 명이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 무작정 미국행 북상에 나섰다.
멕시코 일간 레포르마는 29일(현지시간) 오전 남부 치아파스주의 우익스틀라에서 이민자 300명가량이 북쪽을 향해 도보 이동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전날 국경도시 타파출라에서 무리 지어 출발했던 이민자 700여 명 중 군경에 붙잡히지 않고 남은 이들이다.
상당수 아이티인에 쿠바, 과테말라, 온두라스, 콜롬비아 출신 등이 섞인 이들 이민자는 과테말라에서 멕시코로 넘어온 후 망명 신청을 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대부분 멕시코를 단순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것이 목적이지만, 멕시코 당국은 망명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이들의 이동을 제한한 채 해당 주(州)에 머물도록 하고 있다.
한없이 더딘 절차 탓에 일부 이민자들은 1년가량 타파출라에 발에 묶인 상태라고 현지 매체 밀레니오는 보도했다.
참다못해 시위를 벌이기도 했던 이들은 결국 전날 대규모 이민자 행렬인 '캐러밴'을 이뤄 북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들도 상당수였다.
수적 우세에 힘입어 검문소 한 곳을 뚫었지만, 이후 이민청과 군, 국가방위대가 대거 투입돼 저지하자 더는 북상하지 못했다.
일부는 붙잡혀 다시 타파출라로 보내졌고, 우익스틀라까지 도착한 이들은 하룻밤을 보낸 후 다시 미국행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에 타파출라에서 출발한 이들은 올해 들어 멕시코 내의 최대 규모 캐러밴이라고 AP통신은 설명했다.
미국 정부가 멕시코와 중미 국가들에 미국행 불법 이민자 저지를 압박하면서, 올해 초 출발한 캐러밴들은 멕시코에도 닿지 못하고 온두라스와 과테말라에서 해산된 바 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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