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재집권에 '생사 위기' 아프간 언론인 2천명 탈출 신청

입력 2021-08-30 13:59  

탈레반 재집권에 '생사 위기' 아프간 언론인 2천명 탈출 신청
국제기자연맹 "탈레반에 출국 허용 요청해도 불허…'속수무책'"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다시 집권하면서 언론 탄압과 살해 위협을 우려한 수천명의 언론인들이 막판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기자연맹(IFJ)은 지금까지 탈출을 도와달라고 신청한 아프가니스탄 언론 종사자 수가 2천명을 넘었다며 미국과 캐나다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30일 아프간 파지호크 통신에 따르면 IFJ 부사무총장 제레미 디어는 "아프간에서 탈출을 원하는 언론인 2천여명의 지원서를 받았고, 신청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어는 국제기자연맹이 아프간 언론인을 받아줄 나라들과 협상하는 동시에 탈레반에 접촉해 언론인들이 카불공항을 통해 출국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제기자연맹 아프간지부를 통해 탈레반 지도부를 접촉해 현지 언론인들이 떠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탈레반이 외국 비자를 가진 언론인의 출국을 허용하지 않아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불공항을 통한 비행이 중단되면, 아프간의 동료들을 돕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탈레반은 미군 등 외국군과 조력자의 철수시한을 31일로 못 박은 상태다.



탈레반이 이달 15일 20년 만에 아프간 정권을 다시 잡은 뒤 국제기자연맹은 현지 언론인들의 목숨이 위험하다고 보고, 여러 나라에 도움을 요청했다.
국제기자연맹은 아프간 언론인에게 비자를 내주고 대피를 도와달라고 미국과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북마케도니아 등의 국가에 요청했다.
여러 나라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국제기자연맹이 수송비용과 숙박비, 생활비를 부담하겠다고 나섰지만 어떤 국가도 10∼15명 이상은 받길 원치 않았다.
디어 부사무총장은 "아프간 언론사회에 공포와 절망이 퍼져있는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아프간의 언론인들은 그동안 테러가 빈번한 환경 속에서 목숨을 내놓고 취재했고, 때때로 탈레반의 공격 목표가 됐다.
2018년 4월 아프간 기자 10명이 같은 날 숨졌다.
9명은 카불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를 취재 중 추가 폭탄 공격으로 사망했고, 10번째 희생자는 호스트주(州)에서 총격을 받아 발생했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아프간에서 언론인 33명이 표적 살인으로 숨졌다.
탈레반이 정권을 잡은 뒤 언론인들의 목숨이 풍전등화다.
이달 19일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탈레반이 자사 소속 아프간 현지인 기자를 잡기 위해 그의 집에 들이닥쳐 가족 1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도이체벨레는 또, 아프간 현지 라디오방송국인 팍티아 가그의 대표가 탈레반에 살해당했고 전했다.
독일 매체 디차이트에 자주 기고를 해온 번역가도 총살당했다.
한 달 전에는 로이터 통신 소속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인도인 사진작가 대니쉬 시디퀴가 탈레반에 사살된 바 있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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