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분노 "코로나 걸려도 아무것도 안해주도록 법 만들자"
아이치현 지사 항의…주최 업체, 항의 쇄도에 사과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수천 명이 모인 음악 축제에서 술을 마시고 마스크를 벗거나 함성을 지르는 상식 밖의 일이 벌어졌다.
30일 NHK, 아사히(朝日)신문, 교도통신 등의 보도에 의하면 이달 28∼29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도코나메(常滑)시에서 열린 야외 음악 축제 '나미모노가타리(NAMIMONOGATARI) 2021'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벗어난 상황이 전개됐다.
음악 축제 관람객이나 출연자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에는 많은 젊은이가 밀집한 가운데 마스크를 벗거나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이 담겼다.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관람객들은 신체가 접촉할 정도로 밀집한 상태로 음악에 맞춰 파도를 타듯 몸을 움직이는 장면도 확인된다.
아이치(愛知)현이 현장 상황을 담은 영상과 행사장 운영업체 등을 조사한 결과 관람객 사이에 감염 방지를 위한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았으며 현장에 술까지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행사 입장권은 6천 장이 팔렸으며 스폰서에게 제공된 2천 장까지 합하면 배포된 입장권은 최대 8천 장에 달한다.
아이치현에 27일부터 긴급사태가 발효돼 행사장 입장객이 5천 명 한도 내에서 시설 정원 50%까지로 제한했으나 이보다 많은 이들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주최 측은 "이벤트 당일 8천 명이 넘는 관객이 와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고 매우 밀집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주최 측은 행사장 내 마스크 착용, 그룹 간 거리 1m 유지, 공연 중 함성 금지 등을 가이드라인으로 내세웠으나 유명무실했던 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입원도 못 하고 집에서 사망하는 환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감염 위험을 키우는 행사가 열린 것에 대해 누리꾼들은 실망과 분노를 드러냈다.
트위터 이용자 '@sekkai'는 "또 미국 동영상이겠지 생각했는데 일본어가 흘러나오는 절망감"이라면서 의료진과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방역 지침을 무시한 행사가 열리는 것을 보니 "너무 허무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아이디 'tvx*****'를 쓰는 누리꾼은 "이렇게 핍박한 상황에서 '나는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도 이렇게 있다니 정말 한심하다"며 "이런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의료 종사자들은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법률을 만들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she*****'는 "앞으로 이런 이벤트는 모두 무인도에서 하면 좋겠다. 이벤트 종료 후 2주간 그 자리에서 전원 격리"라고 썼다.
오무라 히데아키(大村秀章) 아이치현 지사는 방역 지침을 위반한 이번 행사가 "의료 종사자의 노력을 짓밟는 행위"라며 주최 업체에 항의문을 보냈다.
비판이 이어지자 주최 측은 "지역의 여러분과 음악 업계나 행사업계를 지지해 준 여러분 등에게 많은 폐와 근심을 끼친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행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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