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총선 앞두고 나발니 대변인도 출국…측근들 잇단 해외 도피

입력 2021-08-31 00:23  

내달 총선 앞두고 나발니 대변인도 출국…측근들 잇단 해외 도피
'불법 시위' 참가 촉구로 거주제한형…나발니는 여전히 복역 중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당국이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수감 중인 대표적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나발니의 대변인으로 일해온 키라 야르미슈(31)가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30일(현지시간) 자체 소식통을 인용해 야르미슈가 핀란드 헬싱키로 출국했다고 전했다.

야르미슈는 지난 16일 모스크바 구역법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정 위반과 관련해 1년 6개월의 거주 제한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따라 그는 당국의 허가 없이는 야간에 외출하거나 대중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며, 모스크바 인근 모스크바주(州)를 벗어날 수도 없게 됐다.
야르미슈는 지난 1월 23일 당국의 허가 없이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나발니 지지 시위에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함으로써 코로나19 방역 규정을 위반하고 감염병 확산 위험을 초래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변호인은 법원의 유죄 판결에 불복해 지난 27일 항소했으나, 야르미슈는 항소로 아직 법원 판결이 발효하기 전 러시아를 떠난 것이다.
야르미슈의 출국은 앞서 지난 몇 개월 동안 나발니 측근들이 당국의 탄압을 피해 잇따라 해외로 떠난 데 뒤이은 것이다.
지난 8일에는 나발니가 세운 '반부패재단' 변호사이자 나발니의 가장 가까운 여성 동지인 류보피 소볼(33)이 역시 방역 규정 위반과 관련한 주거 제한 등의 법원 판결을 받은 지 닷새 만에 해외로 몸을 피했다.
앞서 러시아 법원은 나발니가 설립해 운영해온 비정부기구인 '반부패재단'과 그 후신 '시민권리보호재단',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인 '나발니 본부'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하고 폐쇄 및 활동 금지를 명령했다.
출범 10년이 된 반부패재단은 그간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 의혹을 숱하게 폭로해온 단체다.
시민권리보호재단은 2020년 7월 반부패재단의 법적 승계 단체로 등록됐다.
나발니가 지난 2018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며 지역 선거운동본부로 출범시킨 나발니 본부는 이후 반부패 탐사와 유력 야권 후보 선거 지원 활동 등을 하는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으로 운영돼 왔다.
모스크바 검찰청은 지난 4월 나발니 본부, 반부패재단, 시민권리보호재단 등 세 단체를 극단주의 조직으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모스크바 시법원에 제기했고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야권 지도자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귀국했다가 곧바로 체포됐다.
그는 뒤이어 열린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3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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