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대리 탄 군수송기 한밤 이륙…아프간전 종식 숨가쁜 순간

입력 2021-08-31 09:17   수정 2021-08-3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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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사대리 탄 군수송기 한밤 이륙…아프간전 종식 숨가쁜 순간
이륙 1시간 뒤 중부사령관, 생중계 브리핑으로 철군 완료 공식 발표
완료까지 철저한 보안…바이든 성명·국무장관 연설로 분주한 하루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30일(현지시간) 밤 11시59분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미국인과 아프간 주민 대피자를 부지런히 실어날랐던 미군 수송기 C-17이 여느 때처럼 굉음을 내며 이륙했다.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국 육군 82공수사단장과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대리가 타고 있었다.
카불 공항을 떠나는 마지막 C-17이었다. 20년간이나 이어져 미국의 최장기 전쟁으로 자리매김한 아프간전이 미군 철수 완료로 종식되는 순간이었다.
카불 현지에서 미국의 대피작전을 총괄하던 국방부와 국무부 소속 최고위 관계자가 마지막 수송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미국 동부시간으로는 30일 오후 3시 29분이었다. 1시간 정도 지난 오후 4시 30분께 케네스 매켄지 미국 중부사령관이 화상으로 브리핑에 나섰다.
매켄지 사령관은 "미국인과 제3국 국적자, 취약한 아프간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임무의 종료와 아프간 철군 완료를 발표하기 위해 나왔다"고 입을 열었다.
매켄지 사령관의 발표는 CNN방송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20년에 걸친 아프간전의 종식이 미국 중부사령관의 입으로 미국 국민에게 공식 확인되는 상황이었다.



그는 마지막 C-17의 이륙 시점 등을 언급하며 철군 완료 시점의 상황을 미국 국민에게 보고했다.
매켄지 사령관은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아프간전에) 복무한 이들의 희생과 성취를 완전히 담아낼 수 없을 것"이라며 아프간 주둔 미군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또 지난 14일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진행된 대피 작전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더니 "가슴 아픈 게 많다. 우리가 빼내고 싶었던 모든 이들을 빼낸 건 아니다"라고 했다.
긴박한 작전에도 여전히 미처 대피를 시키지 못한 이들이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다. 그는 "하지만 우리가 열흘을 더 머물렀더라도 모든 이들을 빼낸 건 아니었을 것이고 실망한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철군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철군 완료 시점은 철저히 보안이 유지됐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도 "임무의 마지막에 도달하고 있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표현을 썼다.
매켄지 사령관은 탈레반이 대피 작전에 있어 이착륙장 보안 등을 지원했다면서 아주 많이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에도 철군 마무리 시점을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탈레반이 공항 자폭테러를 자행한 이슬람국가(IS) 대응을 포함해 카불 치안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는 탈레반이 수감된 IS 대원들을 풀어줬고 아프간 내 강경 IS 대원이 2천명 규모로 불었다면서 "이제 (탈레반이) 뿌린 대로 거두게 될 것"이라고 했다.



매켄지 사령관의 발표가 끝나고 약 1시간 뒤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피 작전을 주도한 군에 감사를 전하면서 "이제 20년간의 아프간 주둔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하루 뒤이자 자신이 철군 시한으로 못 박았던 31일 오후에 대국민 연설을 하겠다면서 왜 주둔 시한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는지 설명하겠다고 했다.
1시간여가 지나서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연설에 나섰다. 블링컨 장관의 연설은 미국인들의 최대 관심사, 즉 미처 대피하지 못한 미국인과 현지 조력자 등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맞춰졌다.
블링컨 장관은 아프간에 남아있는 미국인이 '200명은 안 되고 100명에 가깝다'는 식으로 다소 모호하게 표현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주민까지 포함해 탈출을 원하는 이들의 지원을 위해 끈질기게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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